‘삼천 원의 식사’ 연작. 2014. ⓒ김지연
봄꽃은 새초롬하다. 눈얼음 속에서 핀 복수초 같은 꽃은 아주 다부지고 결기까지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눈밭에서 어찌 꽃을 피우겠는가? 그래도 제비꽃이나 진달래꽃은 가녀리고 연약해 보여 어찌 저것들이 그 질긴 겨울을 뚫고 살아나와 꽃을 피웠을까 싶다. ‘너희들이 언제’ 이만큼 커서 꽃을 피웠느냐고 묻기도 전에 꽃은 또 진다. 그의 당찬 기색을 빨리 알아채지 않으면 그들은 가없이 스러지고 만다.
이른 봄에 수선화 한 송이를 방에 들인다는 것은 새봄을 맞이하는 일이다. 나이가 드니 새봄을 맞는다는 일은 몸 전체가 서로의 세포를 건드려주는 일이다. 그 시작이 수선화의 수줍은 향기와 눈빛이 되고 있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도는 시장 바닥 한구석 종이상자 안에서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기다리는 새침한 소녀 같은 수선화와 눈이 마주치자 발길이 멈추어졌다. 꽃이라면 우아하게 고운 진열장 안에 있을 일이지 시장 길바닥에서 그 서늘한 자존심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지.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이것을 찍으며 주저 없이 ‘삼천 원의 식사’ 연작에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봄은 스스로 오지만 나의 봄은 맞이하는 것이다. 그 대가로 한 끼의 식사값이 대수겠는가. 꽃을 파는 주인장 역시 수선화를 닮았다. 여러 개의 꽃봉오리가 달린 수선화 화분 한 개에 삼천 원이란다. 종이상자 안에서 병아리처럼 옹기종기 고개를 내밀고 있던 수선화 하나가 엷은 향기를 풍기며 내 품으로 왔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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