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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구름 그림자 영혼

구름과 그림자와 영혼은 각각 이름이다. 짧고도 깊은 의미를 품은 인디언의 이름인가 싶은데, 모두 반려동물을 부르던 이름이다. 금혜원은 촬영을 하면서 알게 된 이 이름들을 아예 작업의 제목으로 삼았다. 듣고 보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몽실한 애완견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기는 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반려동물을 둘러싼 문화 현상은 이제 비켜갈 수 없는 질문이다. 키우던 개의 죽음을 아버지를 떠나보낸 상실감과 동일시하던 친구의 말이 작가로 하여금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를 추적하게 만들었다. 의식으로서의 장례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람과 같은 지위에 있다는 뜻일 것이다.

금혜원, ‘구름 그림자 영혼’ 연작 중 정물-트위티, 2014


금혜원은 한국은 물론이고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가 오래되었다는 일본과 미국까지 찾았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위해 염을 하고 관을 짜고 화장 후 납골당에 안치하는 사진 속 모든 장면은 사람의 장례식을 닮았다. 심지어는 유골을 고온에서 용융해 인공 사리로 만들거나 동결 건조한 박제 처리를 통해 영원히 곁에 두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트위티라는 이름의 노란 새는 박제 상태에서도 마치 살아있는 듯 단아하게 앉아 있다. 새를 향한 금혜원의 시선은 모호하다. 슬프다고도 지나친 애도라고도 말해주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와 새, 혹은 생명이 있는 그 어떤 동물과도 교감만 할 수 있다면 형제자매나 아들딸로 함께 살다가 이별하는 시대. 작가는 구름과 그림자를 벗 삼는 풍속도를 통해 부인할 수 없는 도시적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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