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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동서의 조화

지하철 시청역에서 나와 대한문을 거쳐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불현듯 담은 영국대사관 쪽으로 꺾인다. 그 꺾인 영국대사관 길로 들어서면 고즈넉한 이국적 풍경의 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서울성공회 대성당. 연속된 아치와 유럽풍의 오렌지색 기와로 지붕이 마감된 고즈넉함이 물씬 풍기는 건물이다.

 

 

유럽 중세의 고딕 성당이 나타나기 전에 로마인(Roman)들이 사용하던 기술(Esque)둥근 아치를 즐겨 사용한 양식이라 하여 로마네스크(Romanesque)’라 불리는 건축양식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손꼽히는 이 건물은 영국인 아서 딕슨의 설계로 19261차 완공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당시에는 예산부족으로 설계자가 의도했던 전체의 그림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대한성공회에서는 1993년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초기의 설계안대로 건물을 완성하자는 건축운동을 전개하였다. 앞서 서울시로부터는 미완성의 형태인 기존의 건물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한 바 있어서 원래의 도면으로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 한 증축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난관에 빠져 있던 성공회 측에서는 어느날 한 영국 관광객으로부터 런던 교외에 있는 렉싱턴 도서관에 이 성당의 도면이 보관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성당 대표들은 곧바로 영국으로 날아가 그 도면을 복사하여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함으로써 증축이 가능하게 되었다.

 

증축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1996, 미완성이었던 건축물은 70년 후에야 원래의 설계안대로 완공을 보게 되었다. 대성당 뒤쪽에는 한옥으로 지어진 주교관과 수녀원, 경운궁 양이재가 서양식 대성당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양이재는 구한말 덕수궁 내에서 대한제국의 황족과 귀족들의 근대식 교육장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인데 성공회에서 이를 매입하여 대성당 뒤편에 옮겨 놓았다. 대성당의 서양 양식과 한옥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동서 간 만남의 장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다.

 

윤희철 대진대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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