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를 나와 서울대병원 입구로 들어서면 좌우로 밀림 같은 병원 건물들이 나를 에워싼다. 정면으로 보이는 본관을 비켜서 왼쪽의 낮은 경사로를 오르면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붉은 벽돌의 단아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현재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한의원 본관이다. 1907년 고종 황제의 칙령에 의해 설립된 대한의원은 교육, 진료, 보건행정 기능을 모두 갖춘 국내 최고의 종합 의료기관이었다.
대한의원은 한일병합 후 총독부 의원이 됐다가 1926년 경성제국대학 병원으로, 해방 이후엔 서울대 부속병원이 됐다. 1908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조선 말기 재무행정을 관장하던 관청인 탁지부에서 설계와 감독을 했는데 탁지부 소속 기사인 야바시 겐키치가 설계를 주로 담당했다. 이 건물은 조선은행 본관(현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서울 을지로 2가 구 외환은행 자리)과 함께 1900년대 초 서울의 3대 명물로 손꼽혔던 건물이다. 중앙의 시계탑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의 2층 구조인 이 건물은 주 출입구나 창 부분은 르네상스풍의 디자인 모티브를 취하고 있다. 시계탑 상층부는 곡선미학의 바로크풍이 섞여 있는 절충주의 양식으로 분류된다.
중앙의 시계탑은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시계탑이다. 기계식으로 유일했던 것을 1980년 전자식으로 바꿨다. 건물 2층에는 서양의학 도입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건물 앞쪽의 넓은 정원에서 바라보이는 건물의 아늑한 모습은 환자들이나 내방객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윤희철 대진대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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