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 Series, 2015 ⓒ양동민
환자복을 입은 중년 여인의 몸 위에 사진들이 올려져 있다. 오른쪽 어깨 위의 사진에서 여인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다. 가슴 위의 사진에선 딸과 함께 장난을 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병상에 누워 산소 호스를 연결한 채 힘겹게 눈감은 여인의 얼굴에서 더 이상 사진 속의 눈웃음을 볼 수는 없다. 힘겨운 여인의 얼굴과 한때 즐거웠던 순간의 사진들 사이에 놓인 산소 호스는 가느다랗게 삶과 죽음의 간격을 잇는다.
사진가 양동민은 악성 뇌종양을 진단받은 엄마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려고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들은 날에는 엄마의 몸에 사진을 올려놓고 편지를 읽었다고 한다. 병실에 종일 누워 있는 엄마가 행여 외로울까 봐 곁을 지키며 사진과 편지로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려는 요량이었다. 작가는 그로부터 2주를 더 버텨낸 어머니를 지켜보았고, 숨이 멎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엄마의 삶과 죽음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눈물을 훔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이 아니었을까. 이제 사진은 너무 흔하디흔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담긴다는 점은 여전히 특별한 것이다. 사진이 귀했던 시절, 시골집 대청마루에는 결혼·출산·성장·졸업 등 가족의 대소사가 알뜰하게 모인 사진 액자를 걸곤 했다. 엄마의 몸에 모여 있는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시골집 대청마루의 사진 액자가 떠올랐다. 부디, 엄마의 명복을 빈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