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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된 사진들

분노의 거리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다. 어느 한국인이 프랑스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그는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열심히 일했다. 누구보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스스로 야근까지 하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몸에 밴 습관 탓이리라. 이를 지켜보던 동료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려 얻어낸 우리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어.”

 

민주노조 인정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울산의 거리를 가득 메운 현대그룹 7개 계열사 노조원들. 1987·8·18 경향신문사

 

 

프랑스 동료의 말처럼, 노동자의 권리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날 ‘1일 8시간’ 노동 환경이 마련되었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투쟁과 희생 덕분에 지금 당연하게 요구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실현된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법 개악이 매우 씁쓸한 이유는 그동안 치열한 투쟁으로 확보한 노동자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물론,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노동자의 권리는 꾸준히 신장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파인텍 노조원들은 굴뚝 위에서 20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며, 대한항공 직원들은 회장 일가의 횡포에 맞서 촛불을 들고 있다. 또한 KTX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 달린 재판이 정권을 위해 거래됐다는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또 다른 한편에선 악화 중인 노동 환경을 목격하면서 묵직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울산에서 6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고 가두시위를 벌인 그들처럼.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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