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검색대 앞에 서면 분주하다. 일단 검색대 트레이 안에 가방을 놓는다. 이때 노트북과 액체류는 따로 꺼내야 한다. 재킷을 벗고, 허리띠를 빼고, 시계를 풀고, 때로는 신발을 벗는다. 몸에 지닌 어지간한 쇠붙이는 모두 꺼내 놓은 뒤 검색대 게이트에 들어선다. 양팔을 위로 들고 서 있으면, 기계가 나를 한 바퀴 스캔한다. 그 사이 검색대 위 나의 짐도 스캔 당한다. 어디론가 누군가를 향해 위협을 가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비로소 나는 목적지로 향할 수 있다.
에드 앗킨스, 세이프 컨덕트, 2016, 3채널 비디오 ⓒ 에드 앗킨스
틀에 박힌 시간, 소셜 미디어에 의해 결정되는 자아의 모습을 탐색하면서 기술이 매개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이슈를 다루어 온 에드 앗킨스는 공항의 검색대 앞에서 안전함을 증명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절차가 백인 서양 남성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끔찍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안전을 위한 검열에 대한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나’는 어디까지 위험하고, 어디부터 안전한 것인가.
그는 마치 공항 검색대 앞 풍경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세 대의 모니터를 천장에 매달았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은 공항의 안전 프로토콜을 안내하는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애니메이션 속 인물은 재킷을 벗는 대신 얼굴을 반복적으로 벗겨내고, 코를 떼어내고, 간을 꺼내고, 피를 뽑고, 뇌를 꺼낸다. 안전 검색대와 장기은행 사이 어디인 것만 같다.
그는 공항이라는 ‘연옥’에 갇힌 인물처럼, 매번 단지 하나의 모티브만을 지독하게 반복하는 볼레로의 선율을 흥얼거리며 위험하지 않은 ‘나’를 증명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나’를 포기하는 중이다. ‘보안’의 이름으로.
<김지연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