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앞 도로에는 2004년 완공된 멋진 아쿠아 육교가 있다.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이란 프랑스 건축가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그는 프랑스 예술원 건축대상을 수상한 후 한국의 고속철도 설계에 참여하면서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에 정착하면서 이 아쿠아 육교를 비롯하여 대명비발디파크 소노펠리체, 서래마을 프랑스 학교, 여수세계박람회 프랑스관 등 한국에서도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현재 주한 프랑스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 육교를 디자인하기에 앞서 2002년 완공된 고속터미널 후면에 위치한 ‘센트럴 포인트 육교’를 디자인하였다.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타워를 이용하여 케이블로 다리를 들어올리는 사장교(斜張橋)였다. 독특한 형태뿐 아니라 밤이 되면 주변의 교통상황에 따라 조명을 달리하는 디자인으로 육교를 예술품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육교가 크게 인기를 얻게 되자 예술의전당 앞 육교 디자인도 맡게 된다. 그는 예술의전당 앞 남부순환도로에 커다란 원반 모양의 구조체를 만들고 여기에서도 건너편 계단에 이르기까지 기둥 없이 케이블을 이용한 사장교를 설계하였다. 큰 원반의 아래쪽에는 작은 원형의 통행로가 마련되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큰 원반에서는 겨울을 제외한 3계절에는 시원한 폭포가 유리면을 타고 쏟아져 내려온다. 야간에는 멋진 조명으로 육교의 예술미가 극적으로 표현된다. 예산이 일반 육교보다 많이 들기는 하였지만 그 예술적 가치로 서초구의 명물이 되었고 국내에서는 육교가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귀중한 선례가 되었다. 이후 국내의 많은 곳에서 독특한 미를 과시하는 육교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는데 이 아쿠아 육교의 역할이 컸음은 물론이다. 육교를 비롯한 가로 시설물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로서의 건축가의 역할이 세인들에게 크게 알려진 사례이기도 하다.
날이 점차로 더위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다. 시원한 물줄기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이 아쿠아 육교 유리 원판 밑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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