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콜롬비아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와 평화협정에 서명하여, 52년간 2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콜롬비아 내전 종식의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국민투표 결과, 협상안은 부결되었다. 그래도, 산토스 대통령은 콜롬비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을 인정받아 376명의 후보 가운데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택되었다.
도리스 살세도(Doris Salcedo), Sumando-Ausencias(Counting the Absences), 2016, 설치 ⓒ도리스 살세도, Secretaria de Cultura de Bogota
평화협상이 부결되자, 콜롬비아 국민들은 국가의 평화 협상 추진을 지지하기 위해 거리에 모여들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명성이 높은 국제적 예술가 도리스 살세도는 3500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내전의 희생자 2300명의 이름을 재 가루로 흐리게 써넣은 천 조각을 꿰매 볼리바르 광장을 뒤덮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천의 길이는 7000m에 달했다. ‘Sumando Ausencias’(부재 더하기)라는 제목의 이 퍼포먼스는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작가는 “이 작업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집단 생산을 넘어서는 집단행동의 가능성을 탐구한다”고 말하면서, 낯선 이들이 서로 나란히 앉아 죽음과 실종을 생각하면서 바느질로 옷감을 이어 붙여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덧붙였다. 이 작업은 국내외 언론과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작가가 선택한 ‘명단’은 전체 희생자 가운데 7%에 불과하고, 작업 소스로 사용한 명단 역시 과연 신뢰할 만한지 확신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런 작품을 하는 것이 진정 희생자를 위한 것인지, 작가 자신의 ‘작품’을 위한 것인지도 의심했다. 함께 모여앉아 바느질을 했던 자원봉사자들은 끊임없이 바느질의 완성도와 테크닉을 요구한 작가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인터뷰에서 “예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만 지속적인 질문을 던질 뿐이다”라고 했던 살세도는 이 작업으로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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