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란 무엇인가. 질문은 간단하지만 대답은 간단하지 않은 이 주제를 안고, 2017년 프랑크푸르트의 쉬른미술관은 ‘평화’전을 열어 우리 생활 속에서 평화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베카타 오즈딕먼, 폴 뮐러, 블루닷, 2017 ⓒ쉬른미술관
“평화의 역사는 인류 자체만큼 오래 되었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본성으로 간주되는 데 반해, 평화는 뭔가 허약해 보입니다. 언론에 전쟁과 폭력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사건이며, 정치인들에게도 중요한 관심 대상입니다. (…) 전시회 ‘평화’는 평화로운 삶과 평화를 향한 다른 접근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라고 언급한 큐레이터 마티아스 울리히는 평화를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을 비롯해 생태계에 관련된 모든 것들 사이의 상호 작용과 의사소통의 과정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인간을 중심에 두는 인본주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물, 식물, 동물,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환경에 중점을 두고 평화를 바라보고자 했다.
미술관은 전시와 연계하여 새로운 평화 로고 공모전을 진행했다. 600여명이 참여한 이 공모전 출품작들은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화가 무엇인지를 드러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비롯한 5명의 배심원들은 그 가운데 ‘파란 점’을 우승 작품으로 선정했다. 터키의 베카타 오즈딕먼과 독일의 폴 뮐러가 동일한 디자인을 제출했다.
베카타 오즈딕먼은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국경과 장벽의 단절을 극복하고, 자연과 더불어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맑고 푸른 세상의 상징이 바로 평화의 상징일 수 있다고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했다. 폴 뮐러는 보이저 1호 탐사선이 우주에서 지구 사진을 찍었을 때 그저 파란 점이었다는 것을 언급하며 지구의 평화 상징으로 푸른 점을 디자인한 이유를 설명했다. 푸른 별 지구에 사는 모두가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그렇게 파란 점이 되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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