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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완행열차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 내에서 완행열차는 여전히 요긴하다. 넓은 대륙의 구석구석을 잇기에 완행열차만 한 것이 없고, 주머니가 가벼운 도시 노동자들의 유일한 귀향길 수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징에서 상하이로 가는 1시간40분짜리 고속철도 1등석 요금이면 완행열차로 중국 국토 여행이 가능하다니 기찻삯이 싸긴 싼 모양이지만, 성수기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기도 한다. 에어컨도, 지정 좌석도 없는 이등칸에서 한여름 80시간을 달렸다는 이야기는 무용담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다. 가난하기로는 이 열차 손님 못지않은 무명의 사진가 키안 하이펑은 4년 가까이 중국 내 거의 모든 완행열차에 올랐다. 호텔에서 수리공으로 일하며 벌어들인 40만원이 채 안되는 월급은 죄다 촬영비로 들어갔다. 지난 23일 밤, 올해 11번째를 맞는 중국 롄저우사진축제는 이 사진가에게 상금 1000만원 상당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여했다.



Qian Hai Feng, The Green Train



광둥성에 속한 롄저우는 말이 도시이지 아직 기찻길도 놓이지 않은 작은 읍 규모다. 인근 농산물들이 모이는 시장이 도시의 절반을 차지하고 오토바이 소음이 도심을 가득 채우는 이 도시는 우연찮게 11년 전 사진 행사를 시작했고 우직하게 뚝심을 이어가 이제는 중국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매그넘의 스타 사진가 마틴 파도 전시를 위해 찾아오는 이 행사에서 키안 하이펑의 수상은 단연 화젯거리였다. 비록 그의 사진 속 장면들이 중국의 오늘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만든다 해도, 기차 속 민중의 삶이라는 전형적인 휴머니즘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젊은 사진가들은 그의 수상에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뜻밖의 수상에 놀라 짧은 영어로 ‘생큐’를 연발하는 그의 울 듯한 목소리가 환호성과 카메라 플래시에 묻히던 그 밤, 엄청난 빈부 격차와 문화 격차 못지않게 그 간극을 줄이려는 중국의 열망은 폭주 기관차처럼 뜨겁기만 했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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