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 플라뇌르 인 루브르 뮤지엄, 2016~2017, 스테인리스강 위에 돋을새김, 실크스크린, 150×120㎝ ⓒ 김홍식
“처음 루브르박물관에 들어서던 순간을 기억한다. 에스컬레이터를 가득 메우고 내려가는 사람들의 파도. 스펙터클은 루브르가 아니라 그 군중이 이미 만들어내고 있었다. (…) 미술관의 관람객은 볼거리에 집착한다. 소비한다. 거대 미술관은 약탈한 수집품으로 가득 찼고, 그 소장품을 다시 약탈하는 군중이 가득하다. 소유하고 싶은 욕심에 약탈하는지, 너무나 사랑해서 탐하는 건지. 스냅샷을 날린다. 나는 뷰파인더를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군상을 주목한다.”
김홍식의 관심사는 현대 도시가 겪고 있는 변화와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탐구하고 이해하는 일이다. 도시 산책자가 되어 이곳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지켜보고, 그 현상들이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관찰하면서 의미를 추적한다.
그 산책의 발길이 ‘미술관’에 닿았다. 미술관 안에서 그는 ‘미술품’과 ‘관람객’ 사이 펼쳐지는 또 하나의 풍경을 목격한다. ‘인류 문화의 보고’라는 미술관에 몸을 들인 사람들은 유명한 미술품이 놓여 있는 방을 향해 순례객처럼 행렬을 만들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카메라를 들어 올린다. 이후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이 포착한 장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네트워크 안에 있는 지인들과 공유할 것이다.
작가는 루브르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고 믿는 ‘모나리자’ 앞에서 보고, 기록하고, 기억하고, 전달하고, 망각하는 행위들이 마치 거대한 퍼포먼스처럼 펼쳐지는 장면을 담았다. 작품과 관객과 작가의 시선이 꼬리를 물고 오고가는 ‘미술 감상’의 순간, 금빛 액자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예술’은 묻는다. “미술관에 온 내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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