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자연사박물관은 매년 ‘올해의 생태사진가’ 상을 제정해 수상작을 전시한다. 지난 화요일 이 상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시상식과 함께 전시도 막을 올렸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수여하는 대상은 생태사진가 마이클 닉 니콜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위해 세렝게티국립공원의 사자 무리를 2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사진 속 풍경은 자신들의 왕국에서 편안히 잠든 사자 떼처럼 보인다. 사자들이 널브러진 바위 둔덕 옆으로는 물 웅덩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 뒤편 저 멀리 신의 축복처럼 늦은 햇살이 쏟아진다.
궁금한 것은 마치 거실 소파 위 고양이들처럼 사자 떼가 코앞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점이다. 닉과 촬영팀은 트럭에 몸을 숨긴 채 사자가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발치까지 접근했다. 사자와의 거리가 불과 몇 십 센티미터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신 생명의 안전과 있는 그대로의 촬영을 위해 사자 떼의 행동을 간섭하지는 않았다. 눈부심이 없는 적외선 조명, 헬리콥터에 탑재한 무인 조종 카메라, 차량 안에서 조종 가능한 트럭 지붕 위를 뚫고 나오는 카메라 등 온갖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덕분에 목격할 수 있었던 사자들의 현실은 그다지 낭만적이지는 않다. 환경 파괴로 인한 먹이 부족과 불법적인 사냥은 왕좌를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다. 이 평화로운 오후의 휴식 직전에도 예민해진 무리 간에 치명적인 싸움이 있었다. 그나마도 닉의 카메라에 잡힌 이 평화로운 휴식은 그들의 마지막 가족사진이 되었다. 촬영 몇 달 후, 세렝게티 밖으로 원정 사냥을 감행했다가 암사자 세 마리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첨단 장비가 발달할수록 그 장비가 훔쳐볼 수 있는 대상들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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