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에 세워진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 나가사키에 근거를 둔 은행이지요.
인천이 개항할 무렵, 이곳에 있었던 독특한 건축물들을 모형과 자료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18은행까지 가면 이 여행의 절반은 둘러본 셈이 되지요. 18은행은 인천개항장 건축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천이 개항하던 시절, 청국인, 일본인, 서양인이 한 군데서 각각의 터를 잡고 살던 모습이나,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을 모형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죠.
지금 남아있는 건물 중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제물포 구락부, 일본 제일은행 인천지점, 인천 답동 성당, 인천우체국 등입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축물도 있어요. 그래서 인천 중구를 거닐면 백 년 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지요. 전시장을 둘러보면 자료가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 지 좀 감이 옵니다. 자그마한 단층 건물을 잘 다듬어서 특징 있는 전시물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건물은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 아닐까요?
홍예문. 남아있습니다. 자동차 한대 겨우 통과하는 언덕길이죠. 한번 지나가 보세요.
제임스 존스턴이라는 재벌의 별장이지요. 일제 강점기에 인천각이라는 요정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만국공원(자유공원)의 랜드마크였죠.
인천해관입니다. 모형으로 보니 색다른 모양새가 더 잘 느껴지네요.
영국공사관입니다. 사라지고 없지요.
제18은행 옆에 서있던 제58은행의 모형입니다. 에쁜 건물이지요.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제18은행에서 도로 하나 건너편에 있는 일본 제1은행. 잘 생긴 건물입니다.
전시물을 보다 보면, 무척 독특한 건물들도 만나게 됩니다.
응봉산 산자락에 떡 하니 세워진 두 채의 대저택이 눈에 띕니다. 존스턴이라는 사람이 살았던 별장과 세창양행에서 소유했던 저택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으니 괜히 응봉산을 올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존스턴 별장을 보면 스위스 어디쯤 있어야 할 건물 같습니다. 영국인 제임스 존스턴은 상하이에서 무역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상하이에도 규모가 큰 별장을 지어 부를 과시했지요. 그는 미지의 금광 같았던 조선으로 눈을 돌렸지요. 존스턴은 상하이처럼 인천에도 큰 별장을 세웠습니다.
인천 별장을 보세요. 화려합니다. 게다가 응봉산 꼭대기, 지금의 한미수교100주년 기념탑이 서있는 자리에 대규모 저택이 있었으니 눈에 띄지 않을 수 없겠지요.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건물을 랜드마크라 부르는데, 이 건물이 그 시절에는 딱 그랬습니다.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유명한 인천상륙작전 때 이 건물이 목표가 되었다고 합니다. 포탄으로 너덜너덜해진 별장은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있다가 곧 사라졌습니다.
존스턴 별장이 꼭대기에 있네요. 독일인 건축가 로트케젤이 설계했어요. 존스턴 별장. 1905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좀 자세히 볼까요? 1951년의 모습입니다. 배가 뻥 뚫렸네요.그래도 형태는 남아있습니다. 1950년대 모습. 귀신 나오는 집이라 불리기도 했다는군요. 많이 허물어진 존스턴 별장.
탑신이 있고 세밀한 조각상에, 유리 온실까지 있었던 고급 저택이에요.
청나라 역관이었던 오례당이 살았던 오례당 주택은 서양 중세의 성처럼 원뿔형태의 지붕이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전쟁 때도 살아남았지만 후에 철거되고 다세대 주택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중요한 인물인 호레이스 앨런의 별장도 인천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앨런의 별장은 서양인들이 모여 살던 조계지가 아니라, 배다리라는 지역에 있었습니다. 배다리 지역은 인천 개항장과는 또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네이므로 다음에 둘러보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 모양새와 취향이 제각각이듯, 살던 집도 국적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전 그것이 재미있습니다. 집이 남들과 똑같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건축 활동이 훨씬 자유롭고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이 과연 건축의 형태에 얼마만큼 관대한지 모르겠습니다. 2010년 주거형태로 가장 선호하는 것이 아파트니까요. 그것도 초고층 대단지 말입니다. 똑같은 그릇에 담긴 삶이 어찌 서로 다를 수가 있을까요? 상상력을 펼치기에 우리 사는 모습이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요? 그런 생각을 또 해봅니다.
중국인 역관 오례당이 짓고 살던 집.
오례당은 스페인 출신 아내 아말리아와의 행복을 꿈꾸며 이 집을 지었지만 몇 해 살지 못하고 사망했어요.
둥근 철모 모양이 유난히 눈에 띄는 건물이죠.
그러하기에 건축전시관과 같은 장소도 생겨나는 것이겠지요. 옛 모습을 기억하고 현재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로서 말이죠. 참, 전시장 안쪽에 있는 엽서 전시장을 꼭 돌아보세요. 옛날 엽서 사본을 전시하고 있는데, 전시자료보다 더 흥미로운 장면이 많습니다. 인천의 풍경을 찍은 엽서들이라고 해도 인천의 모습만은 아니겠지요. 그 시절, 부산, 대전, 목포, 평양, 원산 등지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왜 이 엽서들을 기념품으로 팔지 않는 지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독일 뮌헨을 여행할 때 이차대전 후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 풍경도 기념엽서로 팔길래 몇 장 사온 적이 있거든요. 뮌헨 뿐입니까? 파리, 베를린, 로마...다른 유명짜한 관광 도시들도 옛 풍경을 팔아서 먹고 살잖아요. 엽서 기념품. 내년에는 기대해보겠습니다.
짬뽕 한 그릇(탕수육 포함)과 시간을 거스르는 오래된 풍경. 그리고 그 속에 잠시 어슬렁거리는 우리들.
오늘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참, 얼마 전에 출간된 책에 따르면 짬뽕도 재미있는 역사를 담고 있더군요. 인천처럼 중국인들이 살던 개항도시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음식이라나요.
다음 번에는 최근에 문을 연 인천개항박물관으로 가보겠습니다.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 전시장(옛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
위치-인천시 중구 중앙동 2가 24-1번지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50호
만국공원의 기억/ 인천문화재단
인천 자유공원과 개항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 자료사진이 많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차폰 잔폰 짬뽕/ 주영하 지음/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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