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as van Houtryve, Blue Sky Days 연작 중.
2012년 파키스탄 집 마당에서 야채를 줍던 할머니가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아마존이 무인 배달 상용화를 선포하면서 드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드론의 가장 큰 역할은 군사용 무인 비행기다. 포격기의 사격 연습 대상이다가 나중에는 카메라를 달아 정찰을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적 깊숙이 들어가 포격을 감행한다. 이제 조종사들은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도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드론으로 공격을 할 수 있다. 누군가의 목숨을 앗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걸어야 했던 ‘거룩한’ 전쟁의 시대는 이렇게 해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자국의 군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 똑똑한 폭격기 덕분에 누군가는 더욱 쉽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다.
벨기에 사진가 토마스 반 우트리베는 드론으로 미국을 겨냥한다. 그의 드론에는 총알 대신 카메라가 달려 있다. 그는 미군이 이슬람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때마다 조준했던 교회, 광장, 결혼식장 등과 흡사한 장소들을 기록한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대중들의 모습은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느긋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장이라도 죽음이 몰아닥칠 듯 불길하기도 하다. 토마스는 안보를 핑계 삼아 감시의 시선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감옥이나 국경 등지에서 촬영을 하기도 한다. 파키스탄 마당에서 희생당한 할머니의 손자는 “더 이상 파란 하늘을 사랑하지 않게 됐다. 드론은 흐린 날에만 날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은 소년의 회색 하늘마저도 앗아갈지 모른다. 토마스의 사진은 부산에서 열리는 ‘2015년 세계보도사진상’ 수상작전에 함께 소개된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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