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차액의 깊이, 2017, 단채널 영상, 설치
2015년 미얀마 시장 골목에서 이원호는 한 상인의 좌판대에 시선을 빼앗겼다. 빛바랜 동전이 무심히 쌓여 있었다. 동전 더미를 뒤적이다 익숙한 한국 동전을 발견한 그는 어디서 여기로 굴러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동전들을 끄집어내 쌓으며 가격을 물었다. 500원은 400원이기도 했고, 100원이기도 했으며 10원은 300원이기도 했다. 상인은 여러 개를 묶어 사면 깎아주겠다고도 했다. 2017년 작가는 인도 거리에서 한국 동전을 발견했다. 그곳에서도 그는 환율과 무관하게 거래되는 동전 가격을 흥정했다. 상인과의 흥정 여부에 따라, 거래는 성사되기도, 안되기도 했으며 그는 이익을 보기도, 손해를 보기도 했다. ‘통화’의 역할을 부여받고 탄생한 ‘동전’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상황에서 손해와 이익을 판단하는 것이 애매하긴 했다.
희귀 동전 수집가들 사이에서 동전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다. 1969년 발행한 10원, 1970년에 발행한 적동색 10원은 30만원에도 거래가 된다. 가장 희귀한 것으로 알려진 1998년산 500원 동전은 경매에서 100만원에 낙찰된 일도 있다.
몇 해 전, 7억원에 해당하는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동괴를 만든 뒤 20억원을 벌어들인 이들에 대한 뉴스는 10원의 재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제조원가가 돈의 가치를 상회하는 10원은 10원이기보다 ‘구리’로 돌아갔을 때 그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이들은 결국 처벌받았다. 영리를 목적으로 주화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훼손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돈이 가지고 있는 합의된 교환가치가 통하지 않는 흥정을 경험한 작가는 돈의 의미가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그는 동전을 구매한 경험을 작업에 담으며 사회 속에서 ‘가치’는 어떻게 형성되고 발견되는지 돌아보았다. 그 결과, 예술가의 손에 들어와 ‘예술작품’으로 용도변경된 동전들은 새로운 의미를 낳고, ‘가치’를 형성하며 또 다른 거래의 장으로 들어갔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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