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모임(소록도를 생각하는 모임), 건축의 소멸 [보안여관]에서 [소록도]를 생각한다, 2017, 보안여관 전시 장면
기억은 어디에 깃드는가. 건축가 조성룡은 존 러스킨의 말을 인용하며 ‘집’이라고 했다. 집 없이도 어디선가 살기야 하겠지만, 집이 없다면 불안한 기억은 그저 사라진다.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거나 지우고 싶은 걸까.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 여관이던 시절의 흔적을 폐허처럼 유지하고 있는 예술 공간 ‘보안여관’에서 열린 ‘소록도’ 전시는 ‘기억하는 일’에 대해 질문한다.
지난 5년간 조성룡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 구성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함께 소록도를 방문하면서 진행한 작업은 ‘은폐된 섬’에서 살았던 이들의 삶과 기억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제는 폐허가 된 마을의 모습을 폐허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보안여관에 펼치니, 세상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이 잠시 그 소멸의 시간을 멈춘 채, 우리에게 기억하고 기록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 한센인들을 철저하게 격리시켰던 ‘우리의 세상’은 마치 이런 곳, 이런 병은 ‘우리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삭제했다.
우리는 그 존재를 아마도 잊었다. 하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그 땅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 전시를 주최한 ‘소록도를 생각하는 모임’은 생각한다. 한센인 환우의 수가 줄어들면서 마을은 폐허가 되고, 숲이 되고, 언젠가는 소멸하겠지만, 그들 삶이 기록된 저장소이자 우리 모두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집’들을 그냥 이렇게 사라지도록 둘 것인가. 그들을 여전히 지워버려야 할 대상으로 여길 것인가. 소록도 마을의 진정한 보존과 상처의 소멸이 이루어지도록 이 작업을 기억하고 응원하고 도와달라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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