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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꽃샘추위가 유난한 것 같다. 4월도 깊이 들어왔는데 난데없는 함박눈까지 내려 계절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꽃샘추위라도 다가오는 계절을 막을 수는 없으리라. 남쪽에서는 벌써 벚꽃축제도 끝났다 한다. 이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곳에 따라 벚꽃이 절정에 다다를 것 같다. 때늦은 꽃샘추위를 이겨낸 일산 호수공원의 벚꽃들도 이제 그 자태를 마음껏 뽐낼 것이다.

 

 

1992년에 준공된 일산신도시는 ‘예술과 문화시설이 완비된 전원도시’ ‘자급자족의 기능을 갖춘 수도권 서부의 중심도시’ ‘남북통일의 전진기지’ 등의 목적을 가지고 조성됐다. 도시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조성된 호수공원은 일산신도시 계획의 주된 도시계획적 요소이다. 스위스 남부 제네바에 있는 레만 호수를 모델로 구상된 이 호수공원은 총면적 103만4000㎡, 호수면적 30만㎡로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이다. 호숫가로 산책로와 자전거로가 이어지고 다양한 수종의 야생화와 수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호수의 자연미를 담뿍 담고 있다. 잔디광장, 수변광장 등의 다양한 광장과 인공섬, 정자와 같은 조경요소들 외에도 음악에 맞추어 다양한 분수쇼를 연출하는 노래하는 분수대는 호수공원의 멋진 랜드마크가 된다. 고양꽃전시관, 고양 600년 기념전시관, 고양 신한류홍보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은 연중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시 관련 문화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꽃을 주제로 한 국제꽃박람회, 장미축제, 가을꽃축제들과 함께 LED 조명을 이용한 겨울의 호수꽃빛축제에 이르기까지 꽃과 관련된 축제가 연중 이어진다. 이제 이 벚꽃이 지고 나면 호수공원의 대표적인 꽃축제인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우리를 맞는다. 매년 봄, 호수교에서 장미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펼쳐지는 국제꽃박람회는 일산 호수공원의 존재 가치를 높여주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이달 27일부터 17일간 이어진단다. 올해는 어떤 꽃들로 우리를 유혹할지 궁금해진다. 노래하는 분수의 힘찬 물줄기는 벌써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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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 행주대교IC에서 바깥 차선으로 서울 쪽을 향하면 곧바로 행주산성 방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자유로에서 내려오자마자 그 일대는 여기저기 여러 국숫집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국수로 특화된 지역임을 직감케 한다. 호기심 겸 한 국숫집에서 시장기를 해결한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가득 담겨오는 잔치국수는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이다. 식사 후 다시 차를 몰아 반대편 능선 쪽에 있는 행주산성으로 향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정문을 향한다.

 

 

대첩문이라 쓰여 있는 정문을 통과하여 경내로 들어간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나지막한 언덕길로 행주산성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권율 장군 동상, 충장사, 행주대첩 기념관, 덕양정, 행주대첩비, 충의정 등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은 1.6㎞ 정도란다. 운동 겸 둘레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정상에 있는 덕양정에서는 한강과 서울, 고양시와 김포시까지 드넓은 풍광이 펼쳐진다. 둘레길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장소이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 권율 장군 동상 뒤쪽에 위치한 충장사가 나를 이끈다. 언덕길을 올라가는 우측으로 폭이 좁은 진입로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 길 위에는 자그마한 홍살문이 있어 이 지역이 신성한 곳임을 암시한다. ‘충성된 장군을 모신 사당’이란 뜻의 충장사는 언덕을 이용하여 입구의 삼문과 그 안쪽에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산도대첩, 진주성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을 이루었던 권율 장군의 영정을 모시는 사당이다. 원래는 행주 나루터 안마을에 정면 3칸, 측면 1칸의 규모로 있었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 그 후 1970년 행주산성 정화공사 때 현 위치에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다시 지어졌다.

 

행주대첩의 원년 양력 날짜인 매년 3월14일에는 대첩을 기념하는 제례행사가 이 충장사에서 열린다고 한다. 올해로 425주년을 맞이한 지난 3월14일에도 고양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직접 참여하는 제례가 있었다고 한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기와를 제외한 구조부분이 모두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 비록 진정한 전통건축이라 할 수는 없지만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모든 부재의 형상과 단청 덕에 전통건축의 맛이 제법 풍겨난다. 더구나 삼문과 사당, 그리고 뒤쪽 능선에 위치한 행주대첩 기념관이 주변 수목과 어우러져 멋진 구도를 만들어낸다. 이 멋진 풍광은 큰길에서 이곳까지 애써 찾아 들어온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별선물이리라.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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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에서 파주 헤이리로 접어드는 성동IC를 빠져 나온다.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자마자 곧바로 또다시 좌회전. 헤이리 마을 입구 맞은편에 세워져 있는 ‘파주 맛고을 음식문화거리’ 이정표가 나를 안내한다. 이정표처럼 이 길로 가면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펼쳐질 것 같다. 역시나 나지막한 언덕길을 넘어 이어지는 도로 좌우로 다양한 음식점들이 시장기 도는 방문객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문득 앞에는 ‘프로방스 마을 주차장’이라 쓰여있는 커다란 건물이 길을 막아선다. 이 주차장 뒤쪽으로 한 해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는 파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프로방스’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초입 도로변에는 마늘빵으로 유명한 류재은베이커리 본점이 자리 잡고 있어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방스는 1996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점차로 영역이 확대되어 이제는 40여개의 건물들이 들어선 유럽형 마을로 발전하였다. 다양한 파스텔 컬러의 벽체 위로 붉은 오지기와 지붕을 한 건물들이 나지막한 구릉 위에 자연스레 배치되어 있다. 건물들은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 인테리어 소품, 허브용품, 의류매장, 베이커리 등의 상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건물은 독립된 운영으로 소유주들의 독창적인 마케팅이 발휘되면서도 마을 전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 사용되는 그릇류를 직접 제작하는 도자기 공방도 함께 있어 마치 마을 전체가 자급자족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마을의 느낌이다. 경사지를 그대로 이용한 언덕길과 계단, 조그만 광장을 둘러싸고 건물들은 서로 다른 색채의 얼굴로 화사함을 선사한다. 이름 그대로 프랑스 남부의 조그만 시골마을에 온 듯하다. 단층짜리 건물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조그만 골목은 마치 체코 프라하의 비트 성당 뒤쪽에 있는 황금소로가 연상된다. 이 건물들 어딘가에 카프카가 집필하던 집이 있을 것 같다. 예쁜 정원과 동화 같은 오브제들, 벽체의 화사한 색채에 둘러싸여 동화마을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이 골목 저 골목 풍겨나오는 이국적 정취 속에 마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날이 따뜻해지면 저 광장 한 귀퉁이에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유혹하는 거리의 악사도 나타날 것 같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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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법원리 사거리를 지나 시가지 서쪽 끝지점 우측으로 2차선 도로가 이어진다.

이 도로를 따라 나지막한 언덕길을 넘어가면 우측에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율곡이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연수원 본관과 정문, 경비실 모든 구조물에 한옥지붕이 얹혀 전통의 이미지가 풍겨 나온다. 이 연수원 아래쪽으로 너른 주차장이 있어 이곳이 율곡 이이(1536~1584)의 유적지임을 알려준다.

 

 

유적지의 정문인 삼문을 지나니 중앙의 너른 잔디밭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잔디밭 외곽에는 율곡을 기념하는 공간들과 그 일가의 묘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율곡이나 신사임당을 생각하면 강릉 오죽헌을 떠올리게 되는데 정작 율곡의 본가가 서울 근교인 파주였다니?

 

율곡이 태어난 곳은 신사임당의 친정인 강릉이었지만 여섯 살이 되던 해에 본가인 파주에 올라와서 성장을 하였으니 파주야말로 그의 정신적 거점 공간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잔디밭 우측에 율곡과 신사임당의 업적이 전시되어 있는 율곡기념관이 위치해 있다. 전면에는 자운산 능선을 따라 율곡 일가의 묘역이 길게 드리워져 있고 좌측에는 율곡의 사후에 건립된 자운서원이 자리 잡고 있다.

 

자운서원은 효종 때 ‘자운(紫雲)’으로 사액을 받아 조선시대 이 지역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이었으나 고종 때 흥선대원군에 의한 서원철폐령으로 문을 닫게 된다. 그 후 1970년대에 국가의 지원과 유림의 모금으로 서원을 비롯한 주변공간이 모두 정비되어 지금과 같은 공원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자운문이라 쓰여 있는 외삼문을 들어서면 좌우로 기숙공간인 동재와 서재가 있고 그 뒤로 강당인 강인당(講仁堂)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강인당 뒤 내삼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가장 뒤쪽에 율곡의 사당인 문성사(文成祠)가 놓여 있어 자운서원 전체는 강당이 앞에 있고 사당이 뒤에 있는 전학후묘(前學後墓)의 배치를 하고 있다. 강인당 앞 양쪽에 서 있는 두 그루 느티나무는 수령이 400년을 넘긴 보호수로 자운서원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경사지를 따라 층층이 올라가는 담장 너머로 펼쳐지는 서원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담아본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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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서 북한산 외곽을 돌아 고양시로 이어지는 39번 국도로 겨울길을 달린다. 장흥을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아파트 단지들이 시작되는 첫머리에 용미리로 이어지는 78번 국지도가 이어진다. 이 국지도에서 다시 갈라지는 367번 지방도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달리면 우측으로 일주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고령산 보광사’라고 씌어 있어 국지도에 바로 붙어 있는 사찰이 있음을 알려준다. 일주문을 통과하여 조금 올라가면 우측으로 넓은 주차장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부터 산사까지는 걸어 올라가라는 뜻일 게다. 걸어 올라가야 할 시작점에는 ‘해탈문’이라고 쓰인 또 하나의 자그마한 일주문이 보인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사찰의 경내임을 알려준다. 보광사의 주산인 고령산(622m)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어서 사찰의 진입로는 등산로로도 사용되고 있다. 나지막한 경사로를 따라 잠시 오르면 산사의 너른 앞마당에 다다른다. 마당 너머로 요사채와 범종각, 대웅보전, 지장전의 한옥지붕이 겹겹이 겹쳐져 고령산의 산줄기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선보인다.

 

보광사는 통일신라시대(894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어서 천년고찰로 불린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1622년(광해군 4년)에 다시 복원하였고 한국전쟁 때 일부 전각들이 소실되었으나 이후 꾸준히 복원하고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심이 되는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는 건물로 1740년(영조 16년)에 중건되었다. 겹처마의 팔작지붕, 다포식의 조선 중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 대웅전 우측 위에는 어실각(御室閣)이라는 전각 하나가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무수리로 궁궐에 들어와 내명부 정1품인 숙빈까지 올라간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신위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이 전각 앞에는 영조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심었다는 향나무가 자라고 있어 영조의 지극한 효심을 엿볼 수 있다. 사찰에 대해 친절히 소개해 주시는 스님의 말씀에서 천년고찰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공양을 꼭 하고 가라는 스님의 말씀에 생각지 않았던 사찰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도 덤으로 받았다. 봉사하러 모여든 여신도들의 화기애애한 대화 속에 겨울의 산사는 포근하기만 하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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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연초.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 날 쌀쌀한 겨울바람을 가르며 나의 운전대는 파주 임진강가에 위치한 반구정으로 향한다. 임진각 직전에 위치한 당동IC를 빠져나와 2차선 도로로 1㎞ 정도를 더 가면 ‘방촌 황희선생유적지’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널찍한 주차장이 나를 반긴다. 고즈넉한 한옥담장과 한옥으로 지어진 매표소는 이곳이 잘 정돈된 유적지임을 암시한다. 이곳이 고려말에서 조선조 세종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나라의 살림을 맡았던 청백리 황희 정승(1363~1452)이 말년을 보냈던 데이다. 티케팅을 하고 한옥대문을 들어서면 널따란 정원이 오른쪽에는 방촌기념관, 그리고 왼쪽에는 영당(影堂) 영역으로 나누어 놓은 모습이 보인다. 기념관에서 정승의 일대기를 살펴본 후 영당 쪽을 바라본다. 한바탕 큰 눈이 내린 후라 길다란 담장 중앙에 위치한 삼문 뒤로 몇 채의 한옥들이 주변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멋진 설경을 연출한다.

 

 

삼문인 청정문을 들어서면 제사를 준비하는 사직재(舍直齋)와 그 우측에 정승의 고손인 월헌 황팽헌(1472~1535)의 신주를 모셔놓은 월헌사(月軒祠)가 위치하고 있다. 월헌사 옆으로 정승의 영당이 있는데 그 주위에 또 다른 담장이 둘러쳐져 있다. 그리고 담장 중앙에 솟을삼문이 있어 이곳이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임을 암시한다. 솟을삼문을 들어서서 맛배지붕에 초익공 형식으로 된 영당의 아늑함에 잠시 추위를 잊어본다. 영당 우측에 있는 팔작지붕의 경모재(景慕齋)는 세월의 때가 많이 배어 있어 고즈넉함이 더하다. 끝 지점에는 어딘가 바라보고 있는 정승의 동상이 놓여 있다. 정승은 그 앞쪽 나지막한 언덕 위에 위치한 2개의 정자에 시선이 맞추어져 있다. 앞쪽에 놓여 있는 정자가 앙지대(仰止臺)인데 이는 후손들이 정승의 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것이다.

 

뒤쪽에 있는 정자가 반구정(伴鷗亭)으로 이 정자가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삼아 여생을 보낸 곳이라 한다. 반구정 앞쪽으로 꽁꽁 얼어붙은 임진강이 겨울의 추위를 짐작하게 한다. 발밑으로 강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철책선은 이곳이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북쪽의 끝 지점임을 알려준다. 저 멀리 북쪽을 이어주는 임진강 철교가 아스라이 보인다. 아마도 정승이 반구정을 통하여 북쪽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마음은 남북 경계 없이 자유로이 넘나드는 갈매기와 같은 평화로움을 후손들이 누렸으면 하는 것이 아닐까?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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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전철의 종착지 소요산역 두 정거장 전에 위치한 보산역에 가면 이색적인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고가의 전철역사 옆으로 길게 드리워진 저층 상가들의 모습에서 이국적인 풍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형형색색의 현란한 건물들과 외국어 일색의 간판들은 외국의 한 소도시 모습이다. 교각 밑은 플리마켓 등 다양한 거리축제가 가능한 산뜻한 광장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1980~1990년대 음식점, 클럽 등 많은 점포들이 길 건너에 주둔하던 미2사단 2만여명의 미군들을 상대로 크게 성업했던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군들이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곳 상권은 급속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동두천시는 침체된 상권을 살리고자 이곳을 외국인 관광특구로 지정하였다. 건물의 외관을 현란한 그라피티로 덧입히고 다양한 디자인의 외국 간판으로 거리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빈 상점들을 하나둘 리모델링하여 다양한 공예공방들을 유치하는 디자인아트빌리지도 추진 중이다. 또한 이 보산동 골목은 한국의 록밴드가 시작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신중현, 조용필 같은 많은 뮤지션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클럽 하나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말 ‘두드림뮤직센터’를 개관했다. 한국 그룹사운드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관과 공연장을 조성한 것이다. 철로 교각 밑 광장에는 주말마다 플리마켓이 열리고 10월에는 핼러윈거리축제가 펼쳐지는 등 다양한 거리축제가 이어진다고 한다.

 

거리 곳곳에는 외국인들이 직접 운영하고 요리를 하는 외국음식점도 많이 눈에 띈다. 눈발이 흩날리는 어느 날 야외무대가 바라보이는 광장에 면한 조그만 스페인 음식점에 들어갔다. 벌써 몇몇 외국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자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스페인 주인장이 직접 만들어 주는 음식을 접하니 오래전 혼자서 유럽 배낭여행하던 때가 떠오른다. 전철역 앞이라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아지트가 많이 조성된다면 예술인들과 교감하려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이곳으로 옮겨지리라. 올가을에는 다시 이 자리에 와 창밖의 무대에서 펼쳐질 록밴드의 선율을 들으며 색다른 메뉴를 골라보고 싶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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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0일 월요일. 이날은 연천에 있는 허브빌리지를 방문하겠노라 그곳의 팀장과 약속을 일찍이 잡아 놓았던 날이다. 그날 오후. 쌀쌀한 날씨에 하늘도 잔뜩 찌푸려 한바탕 눈이 내릴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첫눈이 펑펑 쏟아졌다. 첫눈 치고는 꽤 많은 눈이 내렸다. 휴대폰의 내비는 목적지를 큰길이 아닌 좁은 산길로 안내한다.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길이었던 탓에 도로에는 주행이 만만찮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첫눈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다소 긴장한 상태로 조심조심 산길을 넘었다. 다행히 큰길을 만나 잠시 중단되었던 첫눈에 대한 감상에 젖어본다. 그사이 어느덧 차는 목적지인 허브빌리지에 도착한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허브빌리지를 찾는 관광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덕분에 팀장과 여유있게 눈 내린 허브빌리지 이곳저곳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연천군 왕징면 북심로에 위치한 허브빌리지는 임진강변 언덕 약 5700㎡의 부지 위에 카페, 식당, 허브숍, 펜션 등의 기능을 하고 있는 북유럽풍 건물들과 라벤더를 비롯한 다양한 허브와 형형색색의 꽃밭이 넓게 조성되어 있는 허브 마을이다. 경사지를 활용한 단층 위주의 목조 건축물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평안함을 가져다준다. 건물의 내외부로 연결되는 통로들은 마치 북유럽의 조그만 마을의 골목길을 연상케 한다. 언덕 아래에는 400평가량의 온실이 위치해 있다. 300년 된 올리브 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허브들이 눈 내리는 이 겨울에도 진한 허브 향기를 강하게 뿜어낸다. 이 허브 온실 끝자락에는 테이블까지 온실에 내놓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붙어 있다. 온실을 향해 모든 유리문들을 활짝 열어 놓은 이 레스토랑과 온실의 모습에서 진한 이국적 정취를 느껴본다. 온실을 나와 언덕길을 오르면 임진강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는 안젤로니아와 프렌치 라벤더 밭이 눈앞에 들어온다. 겨울이기에 라벤더의 연녹색과 안젤로니아의 핑크빛이 만들어 내는 색채의 향연은 저물었다. 그러나 이날처럼 눈과 함께 만들어내는 겨울 풍경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건물로 돌아오는 길에 놓인, 소원을 들어준다는 엄청난 크기의 거북바위가 나의 시선을 끈다. 잠시 거북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작은 소원을 하나 빌어본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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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에서 동두천을 지나 연천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는 연천 시내로 들어가기 직전 우측의 2차선 도로와 만난다. 재인폭포로 이어지는 이 도로를 따라 약 4㎞를 달리면 도로 왼쪽으로 여러 채의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앞쪽으로 펼쳐져 있는 널찍한 평야는 가슴 시리도록 시원함으로 다가온다. 

 

평야 앞쪽으로는 한탄강이 크게 굽이쳐 흐르고 뒤쪽에는 나지막한 산을 등지고 있어 이 한옥은 그야말로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왕가’라는 이름을 가진 한옥 호텔이다. 겉으로 봐서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데 왜 조선왕가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이 북쪽에 조선왕가와 무슨 연고가 있기는 한 걸까?

 

 

내용은 이러했다. 원래 이 한옥들은 현재 명륜동에 있던, 고종의 손자 이근이 살았던 건물이었다. 그런데 1936년 일제강점기 때 지도에 이 한옥들을 종택(宗宅) 영역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 이 한옥들이 왕실의 종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종택은 1947년 황실 어의의 후손인 조인섭씨의 명의로 넘어갔다가 1976년 극동그룹으로 다시 이전, 그러고는 2008년 현재의 소유주인 남권희 박사가 매입하기에 이른다. 

 

남 박사는 매입한 이 종택을 2년여 기간에 걸쳐 원형의 모습 그대로 이곳 연천에 옮겨 놓았다. 명륜동에 있던 종택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상량문에는 1935년에 중수를 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종택의 나이가 200년 가까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중심 건물인 염근당(念芹堂)의 대들보는 수령이 600년이나 된다 하니 이 한옥이 얼마나 긴 세월을 품고 있는지 새삼 놀랍다. 

 

다만 옮기는 과정에서 나무의 겉을 다듬었기에 오랜 세월의 느낌이 덜 배어나올 뿐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 한옥의 이름을 조선왕가(朝鮮王家)로 명명하였다 하니 수긍이 간다.

 

조선왕가는 약 3000평의 대지 위에 ‘ㅁ’자 형태의 염근당과 뒤쪽 별채로 되어 있는 회덕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의 현대식 건물은 호텔 로비, 세미나실, 카페 등으로 호텔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꽃피는 봄이나 만산홍엽이 지는 가을날, 자연에 묻힌 고즈넉한 염근당 한옥 추녀 아래에서 펼쳐지는 멋진 음악회가 눈에 그려진다. 또한 염근당 밖 잔디마당에서 바라본 조선왕가의 조용한 설경은 이런 모습이리라.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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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을 거쳐 연천으로 가기 전 전곡에서 파주로 이어지는 37번 국도를 접어들면 연천의 유명한 전곡 선사유적지를 지나게 된다. 유적지를 지나 잠시 차를 달리면 북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임진강변으로 고려시대의 종묘인 숭의전(崇義殿)에 다다른다. 차에서 내려 왕건이 물을 마셨다고 전해지는 ‘어수정(御水井)’에서 물을 한잔 마시고 홍살문이 있는 언덕길을 오른다. 경사진 언덕길을 잠시 오르면 우측의 절벽 저 아래로 크게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의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조선조 태조는 새 왕조를 건설하면서 전통적인 예법에 따라 전 왕조의 위패와 왕릉을 보존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이곳에 왕건의 전각을 세웠고 정종 때는 왕건 외에 고려왕 7명의 제사를 받들도록 하였다.

 

그러나 세종 때에는 제후는 5묘를 세워야 한다는 예법에 따라 왕건을 포함한 4위로 축소하여 받들도록 하였다. 문종 때에는 이 사당을 전대의 왕조를 예우한다는 의미의 ‘숭의전’으로 명명하고 복지겸, 홍유, 신숭겸 등 고려의 충신 16인을 함께 제사 지내게 하였다. 조선조는 건물의 관리와 제례를 고려왕조의 후손에게 맡겨 고려 왕족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하였다.

 

일제시대에도 이러한 전통은 이어져 왔으나 6·25전쟁 때 전각이 소실되었다. 1970년대에 왕씨 후손이 정전을 복구하였고 이후 국비 및 지방보조로 현재와 같은 전각들이 모두 완성되었다. 지금도 매년 봄과 가을에는 이곳에 모셔져 있는 위인들의 후손이 고려시대의 왕과 신하의 복식을 하고 큰 제사를 올리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종묘에서 종묘제례가 이루어지듯이 고려시대의 제례가 이곳 숭의전에서 열리고 있으니 고려시대의 제례를 볼 수 있는 귀중한 관광자원이 아닐 수 없다. 고려의 4왕을 모시는 숭의전, 고려 충신 16인을 모시는 배신청 및 제사에 필요한 전각 등 모두 5개의 전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각들과 이를 둘러싼 담장과 문들은 아기자기한 우리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앞쪽에 왕씨 자손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600년 가까이 되는 느티나무의 역동적인 모습과 숭의전에서 보여주는 단아한 한옥미는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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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는 견고하고 중후하게 보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물의 마감재로 많이 애용되고 있는 재료이다. 석재들 가운데 건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가 화강석이다. 포천은 그 화강석의 대표적인 주산지로서 ‘포천석’이라 함은 질 좋은 화강석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포천석은 1960년대 이후 국토개발과 함께 전국의 건축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포천시 신북면 일대는 포천석이 많이 생산되던 곳으로 1980년대에는 3만평에 달하는 면적에 종사한 인원이 수백명에 이를 정도였다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오랜 채석으로 채석량도 줄고 값싼 중국산 석재의 수입으로 채석은 사양산업이 되고 만다. 그리하여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업체들이 하나둘 떠나간 채석장은 훼손된 자연만이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훼손된 자연을 복원해 보고자 포천시는 2003년 경기도의 지원으로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채석으로 생겨난 커다란 구덩이에 빗물을 모아 멋진 호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조각공원과 자연 지형을 살려 만든 크고 작은 야외공연장 등을 조성함으로써 폐 채석장은 멋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 문화공간은 ‘포천아트밸리’로 이름지어졌다. 입구에 위치한 돌 문화전시관과 창작체험관을 둘러본 후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정상에 오른다.

 

오르내리는 모노레일 안에서 바라보이는 채석장의 흔적과 바위에 얽힌 전설을 듣는 것도 인상깊다. 정상에 다다르면 채석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수직의 직벽들로 둘러싸인 호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천주호’로 이름지어진 이 호수 주변에는 흥미롭고 다양한 조각상들로 조성된 조각공원이 펼쳐져 있다. 이 호수와 조각공원은 <내 마음이 들리니> <달의 연인> <푸른 바다의 전설> 등 다양한 TV 드라마 촬영지로 애용되고 있다. 가장 위쪽에 위치한 천문과학관도 다양한 첨단 장비를 갖춘 천체과학 체험장으로 인기가 높다. 높이 45m의 직벽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와 야간조명, 힐링 숲 등이 곧 조성된단다. 아트밸리 입구까지 연결된 구리~포천고속도로는 더욱 많은 수도권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이어줄 것으로 여겨진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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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를 지나 포천을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43번 국도는 포천의 주요 시가지를 경유하여 강원 철원까지 이어진다. 포천시청이 있는 포천의 중심가를 뒤로하고 북쪽으로 차를 달리다보면 우측에 ‘38선 휴게소’라는 낡은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지점 위쪽이 6·25 이후 수복된 지역임을 암시해 준다. 이 38선 휴게소 너머에는 동에서 서로 흘러 한탄강과 만나는 영평천이 자리 잡고 있다. 다리를 건너 삼거리에서 영평천을 따라 왼쪽으로 얼마간 직진하면 교차로가 나타난다. 교차로 입구에 놓여진 ‘안동김씨고가’ 안내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오가리 546번지에 도착하면 제법 규모가 있는 멋진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안동김씨 고가이다. 원래 터만 남아 있던 것을 몇 년 전 복원해 놓은 것이다. 이 고가는 사랑채의 규모가 다른 반가(班家)보다 큰 편인데 그 이유는 이곳의 풍광이 뛰어나 예로부터 많은 선비들이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란다.

 

이 고가 앞쪽 절벽 위에는 금수정(金水亭)이란 정자가 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가히 절경이다. 이 정자는 원래 조선중기 1608년 김명리라는 사람이 지은 것으로 이 지역이 마치 소머리의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정자의 이름을 우두정(牛頭亭)이라 불렀다. 얼마 후 그는 사위인 봉래 양사언에게 이 정자를 물려주게 된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는 시조로 잘 알려진 양사언은 이 정자 이름을 금수정(金水亭)으로 고쳤다. 현판은 금수정 아래 바위에 새겨진 ‘金水亭’이란 그의 글씨를 탁본한 것이다. 절벽 아래에 놓여 있는 여러 바위에는 양사언의 글씨가 다수 새겨져 있다. 오랜 세월 영평천의 물길이 스쳐 많이 닳아 없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그의 서체에는 힘이 묻어난다.

 

영평천이 만들어낸 금수정 일대의 빼어난 경관은 양사언 이외에도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묵객들의 시(詩) 경연장이 되었다. 금수정 아래 물과 맞닿은 이 바위 저 바위에는 그들이 남겨 놓은 시구며 글씨들이 다수 남아있어 이곳이 얼마나 경치가 뛰어났던 곳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늦가을 강 건너에서 바라본 영평천과 금수정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보았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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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북쪽에 위치한 산정호수에는 뒤쪽으로 길게 병풍처럼 드리워진 명성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산은 아름다워 연중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산이다. 그러나 이 산은 후고구려를 건국했던 궁예의 한이 서려 있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왕건에게 쫓겨 이 산으로 숨어 들어온 궁예는 최후를 맞기 직전 이곳에서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이 산은 명성산(鳴聲山)으로 명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호수 좌우에는 2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궁예가 왕건 군사의 동태를 망보았던 봉우리라 하여 각각 망무봉과 망봉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여기저기 남아있는 궁예의 족적으로 망국의 안타까움을 안고 있는 산이다.

 

이 산정호수 좌측 망무봉 너머에는 명성산을 배경으로 하여 조성된 몽베르CC가 자리 잡고 있다. 36홀로 조성되어 있는 이 골프장은 불어로 ‘산’을 뜻하는 ‘몽’과 ‘푸르름’을 뜻하는 ‘베르’를 합쳐 ‘푸른 산’이라는 뜻이다.     

   

이 골프장은 명성산의 원경, 망무봉의 산세와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이 모든 홀에서 펼쳐진다. 특히 클럽하우스는 이 골프장의 다수의 홀에서 그 풍경의 중심이 된다. 클럽하우스의 이색적인 형태와 뒷배경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명성산 능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건물의 형태는 마치 커다란 독수리가 물을 마시기 위해 푸른 날개를 활짝 펼치며 호수 위를 내려앉는 형상이다. 명성산은 옆으로 길게 드리워진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런데 여기에 독특한 형상의 건축물과 그 앞에 조성된 인공 연못이 한데 어우러져 산의 모습은 더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명성산의 억새꽃을 홍보라도 하듯, 가을이면 골프장 진입로 길가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억새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림은 늦가을에 에떼 코스 1번 페어웨이에서 클럽하우스를 바라본 모습이다.  

 

클럽하우스와 바로 붙은 뒤쪽 숲 너머가 산정호수이고 그 뒤로 길게 펼쳐져 있는 산이 명성산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골퍼들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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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북단에 위치한 산정호수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였다. 이 저수지는 명성산을 비롯한 여러 봉우리에 에워싸여 ‘산속의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라는 뜻의 산정호수(山井湖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이 호수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명성산은 후고구려를 건립한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이 산에 은거지를 만들어 생활하다 피살되었던 산으로 유명하다. 한때의 영화를 누리던 왕에서 반란군에게 쫓겨 숨어 지내는 처지가 된 궁예는 이 산에서 한동안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한다. 그래서 이 산을 울음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명성산(鳴聲山·923m)은 ‘울음산’의 한자 표기이다.

 

호수 옆에 위치한 망무봉(446m)과 망봉산(384m)은 궁예가 왕건 군사의 동태를 망보았던 곳이라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호수 근처에 있는 ‘파주골’의 본래 이름은 ‘패주골’인데 이는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도망쳤던 골짜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산정호수 주변에는 궁예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산정호수는 김일성과도 관련이 깊은 곳이다. 6·25 이전에는 이 일대가 모두 북한 땅이었다. 김일성은 구 유고 티토 대통령의 초청으로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에 위치한 티토의 별장에 머무른 적이 있다. 티토의 별장은 알프스에 둘러싸인 호숫가에 위치해 있었다. 김일성은 이 티토의 별장에 감동하여 블레드 호수와 비슷한 풍광을 지닌 산정호수에 자신의 별장을 건립하였다. 별장터만 남아 있는 위치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뒤쪽의 명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그림은 그 위치에서 바라본 산정호수의 모습이다. 그는 산정호수가 아름다웠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 호수를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는 자신의 야망을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장소로 여겼다 한다. 산정호수의 모양이 우리나라 지도를 좌우로 뒤집어 놓은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별장터가 한반도의 최남단 부산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별장 건설을 부산까지 점령하려던 그의 야망을 실현하는 상징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산정호수는 수려한 풍광과 함께 곳곳마다 역사의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월에 펼쳐지는 ‘명성산 억새꽃 축제’ 때에는 호수 둘레길을 걸으며 가을을 느껴보고 싶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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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43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린다. 도로는 산정호수 진입로 부근에서 크게 왼쪽으로 휘어진다. 휘어진 이 도로의 첫 교차로에서 왼쪽에 있는 2차선 도로로 핸들을 튼다. 고갯길을 넘어 잠시 주변 풍경에 눈을 돌리다 보면 차는 곧 넓은 주차장에 다다른다.

 

주차를 하고 표지판을 따라 나무계단을 내려가니 우렁찬 폭포소리가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멋진 풍경이 나를 맞이한다. 201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둘기낭’이다.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으로 이루어진 한탄강은 크고 작은 하식동과 주상절리, 판상절리 등으로 곳곳마다 절경을 만들어낸다.

 

비둘기낭은 그 절경 중 하나로 현무암 지질구조가 만들어낸 폭포와 폭포 뒤쪽에 반달모양으로 움푹 파인 동굴을 지칭한다. 매년 겨울이면 수백마리의 산비둘기가 이 동굴에 서식하여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폭포 아래에는 에메랄드 빛깔의 영롱한 소(沼)가 형성되어 뒤쪽의 동굴과 어우러져 멋진 비경을 만들어낸다. 동굴을 뒤덮고 있는 천장과 주변의 바위들은 주상절리의 단편들로 군집되어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러한 아름다움으로 이곳은 한탄강이 만들어 낸 8경 가운데 제6경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큰비가 내린 후면 풍부한 수량으로 만들어지는 폭포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선덕여왕> <추노> <늑대소년> <괜찮아 사랑이야> 등과 같이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 아름다운 폭포를 배경으로 하는 인기 촬영지이기도 하다.

 

포천시에서는 비둘기낭을 비롯하여 한탄강이 만들어내는 절경들을 배경으로 한 관광지개발사업이 한창이다. 한탄강 둘레길 조성, 생태공원, 테마파크 등 수도권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개발사업이 대부분 2019년이면 완공이 된다. 한탄강의 비경에 흠뻑 심취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최근 개통된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비둘기낭까지 1시간이면 도착하는 근거리가 되었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비둘기낭 폭포소리를 들으러 고속도로에 몸을 실어보는 것은 어떨까?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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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7개월간의 서울 여정을 마치고 이제 시선을 경기권역으로 옮겨 본다. 경기권역의 첫 대상지는 포천이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포천을 시작으로 경기북부에서 경기남부로 향하는 드로잉 여행을 새로이 시작해 본다.

그 첫 장소로 한탄강 줄기에 위치한 고석정(孤石亭)을 소개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철원에 속해 있으나 포천의 최북단 관인면 냉정리와 접하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포천편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한탄강(漢灘江)은 강원도 평강군에 있는 추가령 구조곡이라는 골짜기에서 시작하여 철원과 포천을 거쳐 연천을 지나 임진강으로 합류되는 길이 136㎞에 이르는 강이다. 화산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려 주변 지형을 깎아 형성된 이 강은 강 좌우로 수직절벽과 협곡을 형성하면서 수많은 절경을 만들어낸다. 고석정은 한탄강이 낳은 절경 중 하나로 강 중앙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20m 높이의 고석(孤石) 옆에 축조된 정자와 바위 주변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고석정은 조선시대 임꺽정이 활동하고 은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임꺽정은 양주의 백정 출신으로 나라 일에 마음을 두었으나 신분 때문에 뜻을 펼칠 수가 없었다. 이에 분개한 그는 대적당(大賊黨)을 조직하여 의적활동을 펼친다. 관가나 토호·양반집을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고 조정으로 운반되는 진상품을 약탈하여 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의 활동영역은 황해도뿐 아니라 강원도와 개성, 경기도 등지로 확대되었다. 임꺽정은 관군의 토벌에 거세게 저항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을 버텨내었다.

 

고석정 중간쯤엔 임꺽정이 몸을 숨기기 위해 드나들었다는 구멍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한 사람 겨우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안에는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관군에게 쫓기던 임꺽정은 피할 재간이 없게 되면 꺽지라는 물고기로 변신하여 강물 속으로 몸을 숨기곤 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 고장 사람들은 고석정의 바위를 꺽정바위로 부른다 하니 임꺽정과 고석정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보다. 이 지역은 물살이 빨라 여름이면 래프팅 장소로도 유명하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래프팅을 하면서 강 좌우의 주상절리와 기암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젖어 보는 것도 현명한 생각이리라.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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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크게 바뀌었다.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 때문이다. 지난 4월2일 화려한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롯데월드타워가 강남 스카이라인의 중심에 우뚝 섰다. 2010년에 착공하여 6년 만에 완공된 123층, 높이 555m로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다.

 

아래쪽은 퉁퉁하다가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로 한국의 전통 도자기와 붓을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높이에 있어서나 형태에 있어서 서울 어디에서든 쉽게 눈에 띄는 서울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저층부 포디엄에는 쇼핑몰, 콘서트홀, 영화관 등이 구성되어 있고 중층부에는 오피스와 주거시설, 특급 호텔로 구성되어 있다.

 

최상층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전망대가 위치해 있다. 특히 저층부에는 7층에 미술관과 8~10층에 2000석 규모의 클래식 전문 연주홀이 마련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다른 대규모 복합시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전문적인 문화예술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콘서트홀에는 5000여개의 파이프를 가진 파이프 오르간이 무대 뒤쪽을 장식하고 있다.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아레나(arena) 형식으로 청중들이 사방에서 무대를 관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음향설계에 힘입어 벌써부터 많은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상층의 전망대는 이 건물의 하이라이트다. 더블 데크(double deck)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지 1분. 내부에서 보여주는 건물관련 영상에 몰입해 있을 즈음 몸은 어느새 높이 500m의 전망대에 다다른다. 사방 끝없이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은 전망대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뜨거운 여름을 식혀주는 시원한 청량제이리라. 아래가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스카이데크의 투명바닥 체험은 이곳을 찾은 이들의 오랜 무용담이 될 듯하다.

 

1년 반에 걸친 서울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에 대한 소개를 여기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다음 원고부터는 경기도 일원을 살펴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기대합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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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를 나와 이태원 방향을 바라보면 도로를 가로지르는 아치 조형물이 나를 맞이한다. 아치 옆으로 나 있는 우측의 사잇길로 방향을 틀어본다. 자연스레 형성된 나지막한 경사로를 따라가면 잠시 후 리움에 다다른다. 주출입구 우측으로 목재 데크의 넓은 열린 공간이 눈길을 끈다.     

 

중앙에 위치한 인도 출신의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의 조각작품 ‘큰 나무와 눈’은 방문객의 발길을 열린 공간으로 안내한다. 자신이 애독하던 릴케의 시집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였다 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자신들의 형상에 다른 구체의 형상이 반사되어 수많은 구체들이 서로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다.

 

2004년에 개관한 리움은 설립자의 성인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의 어미 -um을 합성한 용어란다. 이 미술관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도 작품들이지만 세계적인 건축가 3인의 건축 작품이 한 장소에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그들이다.

 

중앙에 있는 라운드 형태의 벽돌조 건물이 마리오 보타의 작품이다. 마리오 보타는 벽돌이나 석재를 외장재로 주로 사용한다. 강남대로에 있는 교보타워나 노원역에 있는 교보생명 빌딩이 그의 작품이다. 리움에서는 직육면체와 역원추형이 결합한 형태로 디자인하였다. 역원추형은 도자기 등 고미술품 전시공간이 연상되는 도자기 형상의 이미지다.

 

오른쪽의 현대미술관은 장 누벨의 작품이다. 두꺼운 판을 여러 개의 큐빅들이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검은색의 녹슨 스테인리스와 유리의 마감은 뒤쪽 마리오 보타의 연붉은 테라코타의 색과 질감과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큐빅의 형상은 실내공간들을 여러 개의 작은 공간들로 나누어 놓는다. 대부분 추상작품들인 실내 작품들은 유리창 너머의 넝쿨 식물이나 나무 등의 사실적인 자연과 대비되면서 멋진 대조를 이룬다.

 

왼쪽 길가에 위치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렘 쿨하스의 작품이다. 실내 중앙에 모서리를 경사지게 깎아 올린 블랙 콘크리트 매스는 강한 역동성을 연출한다.

 

리움은 현대를 풍미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3인의 건축언어를 동시에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곳이어서 미술관을 찾는 방문객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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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앞 도로에는 2004년 완공된 멋진 아쿠아 육교가 있다.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이란 프랑스 건축가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그는 프랑스 예술원 건축대상을 수상한 후 한국의 고속철도 설계에 참여하면서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에 정착하면서 이 아쿠아 육교를 비롯하여 대명비발디파크 소노펠리체, 서래마을 프랑스 학교, 여수세계박람회 프랑스관 등 한국에서도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현재 주한 프랑스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 육교를 디자인하기에 앞서 2002년 완공된 고속터미널 후면에 위치한 ‘센트럴 포인트 육교’를 디자인하였다.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타워를 이용하여 케이블로 다리를 들어올리는 사장교(斜張橋)였다. 독특한 형태뿐 아니라 밤이 되면 주변의 교통상황에 따라 조명을 달리하는 디자인으로 육교를 예술품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육교가 크게 인기를 얻게 되자 예술의전당 앞 육교 디자인도 맡게 된다. 그는 예술의전당 앞 남부순환도로에 커다란 원반 모양의 구조체를 만들고 여기에서도 건너편 계단에 이르기까지 기둥 없이 케이블을 이용한 사장교를 설계하였다. 큰 원반의 아래쪽에는 작은 원형의 통행로가 마련되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큰 원반에서는 겨울을 제외한 3계절에는 시원한 폭포가 유리면을 타고 쏟아져 내려온다. 야간에는 멋진 조명으로 육교의 예술미가 극적으로 표현된다. 예산이 일반 육교보다 많이 들기는 하였지만 그 예술적 가치로 서초구의 명물이 되었고 국내에서는 육교가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귀중한 선례가 되었다. 이후 국내의 많은 곳에서 독특한 미를 과시하는 육교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는데 이 아쿠아 육교의 역할이 컸음은 물론이다. 육교를 비롯한 가로 시설물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로서의 건축가의 역할이 세인들에게 크게 알려진 사례이기도 하다.

 

날이 점차로 더위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다. 시원한 물줄기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이 아쿠아 육교 유리 원판 밑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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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안국역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상가 방향으로 내려오면 왼쪽으로 길게 드리워진 운현궁 담장을 만나게 된다. 흥선대원군의 집이었던 이 운현궁 뒤편에는 한옥과는 대별되는 밝은 색의 서양 르네상스풍의 건물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운현궁 양관(洋館·양옥집)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최근 TV 드라마 <도깨비>의 주요 무대로 활용되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드라마에서 공유와 이동욱이 함께 살고 있는 도깨비의 집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름이 운현궁 양관이니 운현궁에서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운현궁 안마당에서 노락당 뒤쪽을 바라보면 측면 상부만 나무에 가려진 채 살짝 보이는 정도이다. 게다가 운현궁 뒤쪽의 후정은 높은 담으로 막혀 있어서 운현궁에서 양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이 건물을 만나기 위해서는 운현궁 아래쪽 덕성여대 운니동 캠퍼스의 정문을 이용해야만 한다.

 

 

운현궁 양관은 1912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조선의 왕족을 회유하고 감시하기 위하여 흥선대원군의 손자인 이준용에게 지어준 것이다. 아들이 없었던 이준용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의 차남 이우를 양자로 삼는다. 이후 이준용이 죽자 양자인 이우가 양관을 물려받게 되고 이우는 이 양관에 살면서 일본군 장교로 태평양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일제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강조하며 조선의 왕족을 군에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11세에 볼모가 된 이우는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사망 직전 일본군 고위 장교의 위치까지 올랐다. 이 건물은 1946년경 김구 선생이 2층 사무실을 집무실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한다. 해방 이후에 생활이 어려워진 이우의 후손은 1948년 이 건물을 덕성학원에 팔게 된다. 운현궁이 아닌 덕성여대를 통해야 이 건물을 볼 수 있게 된 이유이다. 덕성여대에서는 이 양관을 법인 사무국으로 사용해 오고 있었는데 요즘은 1층 실내를 교육 목적의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 주위에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포함한 특수대학원이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배너의 글귀는 애써 이 건물을 찾아온 방문객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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