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이 그는 나의 안전을 염려하고 있었다. 폭격이 시작되면 혹시나 내가 화를 입게 될까 하는 마음에 진심을 다해 당장 떠나주기를 원했다. 2003년 3월18일 저녁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한 거리. “지금 떠난다면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이대로 남는다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친구로서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달라는 그를 바라보며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 콧물로 뒤범벅이 된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부둥켜안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카심’. 전쟁취재를 해보겠다는 욕심으로 이라크를 찾은 나에게 그는 현지 안내인이면서 길동무였다. 멋지게 기른 턱수염에 희끗거리는 반백의 머릿결이 잘 어울리던 카심은 머무는 기간 내내 마치 아버지처럼 사려 깊은 성정으로 내 동선을.. 더보기 이전 1 ···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