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걸음 이 자리에 다시 서기까지 35년이나 걸렸다. 무려 일만삼천 날이 넘는 긴 세월을 떠나보낸 뒤에야 이 작은 둔덕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 근처에는 절대 얼씬거리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그 긴 시간을 견뎌냈다는 올해 나이 여든의 최양준씨. 두려워서 올 수 없었다고 말하는 이 자리를 찾아 한 장의 사진까지 찍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82년 간첩 혐의로 부산보안대에 끌려간 그는 무자비한 고문수사를 견디다 못해 틈을 타 탈출을 시도했다. 철망과 창살로 둘러쳐진 3m 높이의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영화에서나 나올 일을 오로지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그가 가능케 했다. 온몸이 찢겨나간 채 피가 철철 흐르는 몸으로 그가 섰던 자리. 막 내려선 담벼락 앞에 서서 이제 살 수 있지 않을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 더보기 이전 1 ··· 140 141 142 143 144 145 14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