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와의 동행 노인은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표정 너머 잔잔한 실웃음이 퍼져 있었다. 그가 사유하듯 가만히 바라보는 곳은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었다. 끊임없이 철퍼덕거리는 파도의 울림을 등 뒤에 두었지만 그는 아무런 요동 없이 고요했다. 잠시 뒤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낸 노인은 시선이 고인 그 집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단 한 장의 사진이 그렇게 세상에 남겨졌다. 그에게 어떤 감흥이 있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여기가 어릴 적 우리 외갓집이라오. 건너편 우리집에서 거의 벌거숭이처럼 뛰어와 바다에서 멱을 감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허허허.” 한결 얼굴이 활짝 핀 노인은 “저 돌담 위에 올라앉아 바다 구경도 하고 해 떨어지는 노을풍경 보던 때가 바로 며칠 전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70여년 전 자신의 모.. 더보기 이전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