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기대어 가을이 아주 깊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숨을 크게 들이쉬다가 내쉬기를 몇 차례 반복하기도 한다. 파란 하늘이 이내 가슴에 들어와서 눌어붙으니 뻥 트인 가슴에 파란 물이 줄줄줄 흘러넘친다. 품 넓은 가을하늘이 성큼 내 안에 들어왔다. 그 상태로 가만히 두 눈을 감고는 모처럼의 평온함에 몸을 기댔다. 버거운 세상살이에 마침 지쳐 있던 참이었다. 허겁지겁 달려온 시간의 궤적이 잠깐 눈에 밟힌다. 목표를 두었으니 이루려고 매달린 시간이 안쓰럽게 쌓여 있었다. 제대로 성과를 낸 것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내달리기만 했던 날들이다. 더 할 노릇도 안되니까 그만 포기하자는 체념이 한숨으로 토해지는 요즘이었다. 감은 눈에 질끈 힘을 주고는 다시 눈을 떠 하늘을 바라본다. 짙게 푸른 가을하늘이 그간의 노고를.. 더보기 이전 1 ··· 157 158 159 160 161 162 16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