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무리 사이에 앉아 어릴 때부터 유난히 좋아하는 동물이 ‘말’이다. 반려로 삼아 직접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TV를 통해서였지만, 멋진 갈기를 휘날리며 들판을 내달리는 모습을 항상 경탄스럽게 바라보곤 했다. 서부영화나 국내 역사 드라마 등의 전투 장면 중 이 동물이 “히히힝”거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안달이 났었다. 단단해 보이는 데다 수려하기까지 한 근육질 자태에 매혹당한 꼬맹이 시절 내내 나는 스케치북이 닳도록 말 그림을 그려댔다. 성년이 되고 사회생활에 절절거리는 오십 대의 나이까지 이른 지금에야 어느 정도 수그러들긴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몽골의 광활한 초원에서 우연히 말 무리를 본 순간 다시 심장이 요동쳤다. 수십마리의 말들이 땅을 굴려 들리는 말발굽 소리가 내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더보기 이전 1 ··· 163 164 165 166 167 168 169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