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자신감 “제대로 된 화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혀를 뽑아버려야 한다. 그래야 전달하고 싶은 것이 오로지 붓질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 될 테니.” 화가 앙리 마티스가 1942년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북구 스웨덴의 건축가 시구르드 레베렌츠(1885~1975)는 바로 이 말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대다수 건축가가 과장된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방식과는 달리 그는 침묵의 건축가였다. 60여년에 이르는 창작활동 동안 평생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고 따로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친 적도 없이 작업실에 은둔하며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였다. 하지만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가 남긴 건축의 농후한 공간 속에 구석구석 살아 숨 쉬며 오늘날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귀 기울이게 한다. 당시 20세기 중반은 철과 유리의 첨.. 더보기 이전 1 ··· 181 182 183 184 185 186 18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