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새의 귓속말 대화를 끝낸 그는 조용히 평상 위에 누웠다. 가을하늘 품은 햇살이 그의 등을 따사롭게 덮었다. 조금 전 그는 이 옥상 아래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조폭들이니 조심하라는 귓속말을 내게 건넸고 나는 내 안위를 염려하는 콩새의 마음에 고맙다는 화답을 마친 참이었다. 물론 그의 말은 진짜가 아니다. 애칭 ‘콩새’로 불리는 그는 후천적으로 생긴 조현병으로 인해 정신장애가 있다. 발병 이후 세상과 담을 쌓은 콩새가 유일하게 집 바깥을 찾는 곳이 이 옥상 아래 입주해 있는 수원정신보건센터다. 우리는 몇 달째 ‘카메라로 세상 마주보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오는 사이였다. 심리적 불안 상태라 하더라도 마음을 다한 ‘충고’를 내게 건네는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 건 당연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콩.. 더보기 이전 1 ··· 206 207 208 209 210 211 21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