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닦는 자 그는 지금 산꼭대기에 있다. 늘 이곳에서 머무는 건지, 어쩌다 한 번씩 올라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에게 이 상황은 익숙한 것 같다. 한쪽 무릎을 꿇고 바위에 살짝 앉은 모습이 불안해 보이기는 해도 어색하지는 않다. 벗어진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흰머리도 보이지만, 제법 잘 빗어 넘긴 단정한 머리에, 청록빛이 살짝 도는 줄무늬 양복을 말끔하게 입고, 센스 있게 앞코가 살짝 뾰족한 구두를 신은 그는 추레하지 않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맨처럼 세련됐다. 살짝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테지만 걱정은 접어두어도 되겠다. 발 앞에 양동이를 두고, 양손에 쥔 흰 수건으로 ‘괴물’을 씻기고 있는 이 ‘댄디맨’은 거대한 손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그는 지금 괴물들을 돌보는 중이고, 괴물들은 그.. 더보기 이전 1 ··· 260 261 262 263 264 265 26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