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말’이 되는 순간 얼굴은 말을 한다. 가만히 서서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기쁘거나 슬퍼서 그리고 화가 나거나 우울해서 등의 굴곡이 있는 감정 상태일 때만이 아니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더 많은 무언가가 담겨 있다. 살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쌓이거나 거기에 공감을 이룰 만한 인연이 덧대어지면 얼굴은 광활한 우주가 된다. 한 생명의 고고한 삶이 내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살아온 세월이 말을 건네고 살아갈 희망이 웃음을 던지며 고단한 현실이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품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의 상황이 되어 내 어깨에 닿은 그의 체온에 힘을 얻을 때도 많다. 그의 얼굴이 말을 하고 나의 얼굴이 말을 하는 것은 서로 마주하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의 얼굴에.. 더보기 이전 1 ··· 266 267 268 269 270 271 27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