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산 옆에 살아요 전주의 ‘건지산’ 근처로 이사 온 지 십년이 훌쩍 넘었다. 거의 매일 이 길을 밟다보니 숲의 들숨 날숨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오솔길이 정답고 ‘오송제’라는 저수지를 품고 있어 품이 넉넉하다. 편백나무 숲 건너로는 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동물원이 있고, 산 끝자락에는 의 작가 최명희의 묘지가 있다. 도시 풍경 너머 숲으로 가는 중간에 대지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봄이 오면 매화를 시작으로 복사꽃이 피고 아카시아 향기가 숲 전체를 휘감는다. ‘오송제’에 연꽃이 한창일 때면 소낙비가 자주 온다. 무성한 나무 그늘에서 비를 피하며 젖은 시간을 바라본다. 가을이면 철퍼덕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플라타너스 잎을 밟으며 저물어 가는 한 해의 무게를 느낀다. 겨울에는 누군가의 묘지에 눈이 덮이고 배롱나무.. 더보기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