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과 테니스 사진 속 높은 건물의 5층을 보자. 유난히 창문이 좁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예 창문을 없앤 것도 아니고, 겨우 팔 하나 들어갈 좁은 창문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 건물은 남영동 대공분실로 통했던 치안본부, 5층은 고문실로 사용됐다.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을 거둔 509호에도, 김근태 전 의원이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던 515호에도 저 좁은 창문으로 한 줌의 햇빛이 들어왔다. 사람이 사람에게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당해도, 햇빛과 하늘은 변함없이 반짝였을 것이다. 아예 창문을 없애 세상과 단절되는 것보다 감질나게 보이는 세상에 더 모욕적인 고립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5층에는 창문만 작은 것이 아니다. 방마다 욕조도 120㎝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당시 백형조 치안본부 대공5차장은 “피의자가 피곤.. 더보기 이전 1 ··· 309 310 311 312 313 314 31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