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사내 둘이 등을 맞댄 채 연주를 시작한다. 눈의 수신호 따위는 필요도 없다는 듯이, 한쪽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지면 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춰주는 한 몸과도 같은 조화로움. 남루한 옷은 손에 익은 바이올린만큼이나 반질반질하고, 푸대접을 받은 탬버린만큼이나 얼룩져 있다. 다듬지 않은 수염, 푸석한 머릿결에 어울리는 거친 흙바닥에 앉았어도, 호젓한 물가의 운치를 내 것으로 삼을 줄 아는 풍류객들. 연주가 절정에 올랐는지 바이올린 켜는 사내의 어깨는 젊은이를 향해 더 많이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나이 든 사내의 먼 곳을 향한 시선은 웃는 듯 슬픈 듯 그들이 연주하는 곡의 속도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들 앞에 젊은 사진가 성남훈이 있다. 연극을 하다가 갑자기 사진을 공부하겠다며 파리로 떠나온 유학 3년 차의.. 더보기 이전 1 ··· 641 642 643 644 645 646 647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