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3년 전 처음 미키 하세가와를 만났을 때, 그녀는 한창 예쁘게 자라나는 자신의 아이를 찍고 있었다. 찬란한 빛을 배경으로 춤을 추거나 장난을 치는 유치원생 소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워 보였다. 일상이 곧 작업이 되는 삶이란 얼마나 풍요로운가. 매일에 충실했을 뿐인데 작업마저 쌓이는 드물게 운 좋은 사진가라고 당시에는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 새로운 작업을 내밀었다. 오후 햇살이 부서지는 평범한 주택가 사진에는 여전히 그녀 특유의 감수성과 색감이 묻어나 있었다. 사진 속에는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대신 그 장소에 살던 아이나 엄마가 던진 짤막한 문장만이 병치되었는데 그 내용은 사회면 기사의 내용처럼 건조하고 끔찍했다. 사진 속 모든 장소는 엄마의 학대로 아이가 사망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 더보기 이전 1 ··· 667 668 669 670 671 672 67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