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처음 미키 하세가와를 만났을 때, 그녀는 한창 예쁘게 자라나는 자신의 아이를 찍고 있었다. 찬란한 빛을 배경으로 춤을 추거나 장난을 치는 유치원생 소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워 보였다. 일상이 곧 작업이 되는 삶이란 얼마나 풍요로운가. 매일에 충실했을 뿐인데 작업마저 쌓이는 드물게 운 좋은 사진가라고 당시에는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 새로운 작업을 내밀었다. 오후 햇살이 부서지는 평범한 주택가 사진에는 여전히 그녀 특유의 감수성과 색감이 묻어나 있었다. 사진 속에는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대신 그 장소에 살던 아이나 엄마가 던진 짤막한 문장만이 병치되었는데 그 내용은 사회면 기사의 내용처럼 건조하고 끔찍했다. 사진 속 모든 장소는 엄마의 학대로 아이가 사망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Miki Hasegawa, Quiet 연작 중, Aira 2 years old
일본에서는 학대를 받아 4일에 한 명꼴로 아이가 사망하는데 그중 엄마가 가해자인 경우가 70퍼센트를 넘는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아동 학대의 양상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작가는 엄마들에게 쏟아지는 지나친 모성애의 요구와 실제 그녀들이 처한 우울한 현실의 격차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고 진단한다. 그녀가 지난 2년 동안 인터뷰도 하고 재판도 방청할 만큼 발품을 많이 팔았음에도 오로지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바깥만을 사진으로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동 학대는 자극적인 기사로만 소비될 뿐, 여전히 우리는 방관자로서 조용히 일어나는 살인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딸을 가진 엄마로서 학대받는 아이에 대한 연민이 싹텄지만, 동시에 완벽한 가정을 꾸린 듯한 자신조차도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렸기에 사건 속 엄마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자신의 일상을 징검다리 삼아 이웃의 문제를 품을 수 있는 정직한 성찰의 힘. 3년 전 그녀는 행복해 보였고, 지금의 그녀는 멋있어 보였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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