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곱미터 새집을 짓고 나서 아직 담장을 두르지 않은 시골 이모 집에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마당을 내다보던 이모가 이렇게 탄식했다. “귀한 흙 남의 밭으로 다 쓸려가겠네.” 평생 논밭을 일궈 살아온 이들에게는 한 줌 흙조차도 허투루 나눠줄 수 없는 생명의 텃밭이었을 것이다. 분신과도 같은 그 흙덩이가 모여 땅이 되고, 그 땅이 꺼지거나 솟아나 산수를 이룬다. 풍경이 애달픈 것은 이렇듯 그 흙에 유전자처럼 새겨진 뭇 생명들의 사연 때문이다. 그러나 풍경 사진 속에서 이런 애틋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체적으로 그것들은 너무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어서 어머니가 만지던 흙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특히 카메라야말로 지극히 서양적인 시각화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김윤호에게 사진이 보여주는 풍경은 대개가 눈속임이다. 이런 카메라.. 더보기 이전 1 ··· 786 787 788 789 790 791 79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