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메리야스 차림의 사내가 아랫도리가 시원한 아이의 가슴에 얼굴을 푹 파묻는다. 숱 많은 검은 머리의 사내는 아직 젊고, 아이는 그런 아빠의 품이 넉넉하여 공중에 뜬 채로도 평온하다. 동네 소박한 식당 앞, 막걸리라도 한 잔 걸쳐 흥이 난 아빠가 춤사위를 대신해 아이를 어르는 여름밤. 그런 평범한 밤일 것이라 착각했다. 대책 없이 떠나야 하는 재개발이 두려워 아이 품에 기댄 채 흐느끼는 여린 아빠라는 사실은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이 한 장의 사진도 오독하는 판에 제멋대로의 해석과 이해가 뒤엉킨 세상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파란만장할 것일까. 어쩌면 아들은 아빠의 팔뚝 안에서 든든했고, 아빠는 그런 아들을 의지해 그 뜨거운 여름날들을 지나온 것만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사내가 이내 멀쩡하다.. 더보기 이전 1 ··· 789 790 791 792 793 794 795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