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필요와 요구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고딕 양식의 집들은 생뚱맞다. 개성 없이 복제된 일련의 집들은 한껏 멋을 주려다가 실패한 공간처럼 보인다. 시골에 있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풍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촌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의 속물스러움은 ‘나는 절대 저런 끔찍한 건물을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저런 풍경 속에서 살고 싶다’고 꿈꾼다. 이쯤 되면 우리의 욕망이 정체불명의 공간을 낳는 것인지, 아니면 공간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인지도 혼돈스럽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당신의 필요와 요구’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여는 신은경은 이런 식으로 공간의 안과 밖을 다룬다. 처음에는 앤티크 의자와 조야한 벽화가 뒤죽박죽된 결혼식장이나 스튜디오의 키치적인 모습에 주목하더니 이제는 아예 공간 밖으로 .. 더보기 이전 1 ··· 910 911 912 913 914 915 91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