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푸른 동그라미
펠리체 바리니가 도시 곳곳, 그러니까 건물 바깥의 길, 벽, 지붕, 유리창, 아니면 쇼핑몰이나 사무실 내벽과 천장, 복도에 기하학적인 패턴을 그려넣은 것은, 사람들을 모두 어떤 단 하나의 자리에 세우고, 단 하나의 장면을 목격하게 만들어서 그들의 감탄을 끌어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작가가 설정해 둔 어떤 위치를 찾아 그곳에 선 자는, 공간 곳곳에 흩어져 있던 페인트 자국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완성하는 꽤 스펙터클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별 의미 없이 조각난 듯 보이던 색면이 마법처럼 하나의 형태로 모이는 지점을 발견하는 순간, 관객은 3차원 공간이 그 패턴으로 인해 입체감을 상실하고 평평해 보이는 경험을 한다. 작가는 그렇게 관객들이 건축과 도시를 새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단다. 그러나,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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