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림에 관한 단상 나이가 들면 그림 보는 취향이 달라진다. 예전엔 시선이 가지 않던 소재들이 새삼 좋아진다. 그 중 하나가 꽃그림이다. 자기 안의 꽃이 사라지기 때문인 걸까. 꽃그림은 소위 예술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회피하는 장르다. 그래서인지 꽃그림이 미술사에서 독립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아주 늦다. 17세기 네덜란드에 와서야 비로소 주인공이 되는데, 그전까지 초상화나 성서필사본 말미에 부수적으로 그려졌을 뿐이다. 정물화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도 18세기 네덜란드 미술사학자 후브라켄에 의해서였다. 꽃을 그리는 이유는 아름답고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형태 때문만은 아니다. 단언하건대 꽃은 시들기 때문에 그리는 거다. 시드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리고, 그림으로나마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을 갖고 싶어서 그리는 것이다. 물론.. 더보기 이전 1 ··· 988 989 990 991 992 993 994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