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시시각각 예술 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적]미완성곡과 김광석 예술작품에서 미완성작은 완성작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이 그 대표적인 예다. 두 작품은 모두 작곡가 생전에 완성을 보지 못했지만 그 어떤 완성곡보다 음악애호가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하지만 두 작품이 유명해지기까지 큰 차이가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남편 사후 생활고에 찌든 아내의 부탁으로 제자 쥐스마이어가 완성해 의뢰인에게 완성품처럼 건네졌다. 반면 건망증이 심했던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은 2개 악장이 빠진 채 사후 37년 만에 발견돼 미완성곡 그 자체로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미완성’이라는 표제가 붙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과 달리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제자의 도움으로 미완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 더보기 [기고]공연 부가세 과감히 면제하길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공연예술분야 지원을 위해 창작 공연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검토한다고 한다. 어려운 공연계 현실에서 이러한 세제 혜택은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창작 공연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근래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창작 공연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산’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 창작 공연이라고 하면 국내 제작자와 국내 작가진(작곡가를 포함한)이 만들고 그 소재는 국내의 이야기 소재여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창작 공연들을 보면 이러한 범주를 벗어난 작품도 많다. 한국의 원작을 가지고 해외 작가진이 만든 공연도 있고, 해외 원작을 토대로 국내 작가들이 만든 .. 더보기 [시론]유명무실한 예술인복지법 생활고로 인한 예술인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연극배우 김운하씨가 성북구 한 고시원에서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되었다. 영화배우 판영진씨는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다. 생활고와 지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을 한 예술인의 비극적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2011년), 인디뮤지션 이진원(2010년), 배우 정아율(2012년)과 김수진(2013년), 우봉식(2014년), 가수 김지훈(2013년) 등. 최고은씨가 전기와 가스가 끊긴 월세 방에서 며칠을 굶다 세상을 떠난 지 4년이다. 그 후 ‘최고은법’이라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었지만, 예술인의 연이은 죽음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문화예술인 실태조사(2012년)에 따르면, 예술인의 창작.. 더보기 [기고]‘법보다 예술버스’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2조는 예술의 자유 및 예술가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예술의 특권적 지위를 위해서나 예술가가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시대든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가 지배권력으로부터 억압받지 않고 작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예술가의 권리를 법률로써 보호해야 하는 것은 예술가들이 가난하고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예술이 창조경제를 이끌고, 문화융성을 위해 애쓰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예술가들은 세상을 조금 더 감각적으로 마주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타인의 고통과 사회적 모순에 좀 더 민감하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늘 국가권력의 폭력에 예민하며, 지배계.. 더보기 [기고]KBS교향악단 사태와 예술적 신념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한다. 청중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도 없다.”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남긴 말입니다. 일견 오만하고도 독단적인 이 발언은 특정 경지에 이른 어느 음악가의 독특한 예술관과 확신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는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며 음악의 이상적 완성만을 고집했고, 이것은 예술가의 정당한 소신으로써 인정받았습니다. 교향악단은 이에 필적할 정도로 확고한 성향과 신념들로 충만한 예술가들이 모인 집단지성체입니다. 1842년에 창단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97년까지 여성 연주자의 채용을 거부했고, 원전악기의 사용을 고집하며, 상임지휘자 제도를 배제한 채 단원들이 직접 객원지휘자들을 임명하는 관행은, 그러한 행동양식에 담긴 당위성의 존부를 차치하더라도,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을.. 더보기 [기고]새해, 분노·절망 씻겨줄 예술을 기다리며 2015년 새해가 밝았다. 2014년의 어두운 그림자가 마음에서 채 씻겨나가기도 전에 2015년의 뜨거운 해를 다시 마음으로 받았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걸러내지 못한 것들이 계속 쌓이면서 두꺼운 퇴적층을 형성한다. 분노를 용서로 바꾸지 못하면 더 깊은 분노가 쌓이고, 절망을 희망으로 대체하지 못하면 희망의 싹은 없어진다. 우리는 2014년의 분노와 절망을 깨끗히 씻어내고 2015년을 맞이했는가? 풍성했던 잎을 떨궈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나무처럼 지난 감정의 묵은 때를 벗겨야만 옹골찬 미래를 열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2014년의 감정을 걸러내고 정화해야 한다. 그렇게 감정의 응어리를 푸는 데 예술만 한 것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혼을 울리는 예술이다. 영혼.. 더보기 [지금 논쟁 중]미술인 대상 서바이벌 오디션 ‘미술인 서바이벌 오디션’이라 불리는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의 프로그램 가 이달 말 방영을 앞두고 있다. 미술인을 대상으로 한 첫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미술계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미술인들은 가 일반인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여 미술의 대중화를 이룰 것이라고 본다. 또 선정된 작가에 대한 갖가지 파격적인 지원이 있는 만큼 새로운 미술가의 발굴과 양성에도 이바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는 미술인들은 상업성으로 인해 미술, 미술인이 지닌 문화적·예술적 가치를 크게 훼손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미술에 대한 대중화는 이룰지 몰라도 현대미술에 대한 갖가지 오해를 더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하향평준화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 작가들 소통 통.. 더보기 ‘넘버 5’ 감상법 미국 화가 잭슨 폴록의 ‘넘버 5’가 그림 거래 최고가인 1억4000만달러(약 1313억원)에 팔렸다.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가격에 놀란다. 그리고 가격 책정의 근거와 구매 동기에 미심쩍은 시선을 보낸다. ‘도대체 그 그림이 뭐 길래 그 액수를 주고 샀지?’ 마치 어떤 예술가의 정신적 가치도 그 액수로 평가되어선 안 되고, 어떤 수집가의 그림 사랑도 그 액수로 표현되어선 안 된다는 듯이. 그림 하나가 온 가족이 평생 번 돈을 다 합해도 살 수 없다는데, 누군들 짜증나지 않겠는가. 그 누군가가 마침 그림을 사랑하는 이라면 더욱 화가 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림에 대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가격과 무관하게 편한 마음으로 미술을 즐길 수 있다. 그림 시장은 ‘예술적 가치∈미술사적 가치∈경제적 가치’의 세 가치의..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