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순환도로 송추IC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 도로로 접어든다. 골짜기를 지나는 도로를 따라 고개 하나를 넘으니 왼쪽으로 장흥관광지를 경유하고 올라오는 도로와 합쳐진다.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또 하나의 고개를 넘으면 왼쪽으로 길게 놓인 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에 위치한 기산저수지이다. 멋진 풍광 덕에 주변에는 음식점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그 가운데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도로변에 ‘안상철미술관’이라 씌어 있는 입간판이 차를 멈추게 한다. 성신여대 예술대 학장을 역임한 안상철(1927~1993)의 작품과 다양한 기획전시가 이루어지는 미술관이다. 안상철은 실험적인 한국화에서 시작하여 서양화의 기법을 접목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경주해 왔다. 젊은 시절 그는 ‘국전이 낳은 최대의 스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여러 해 동안 대통령상을 비롯한 큰 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말년에는 자연의 돌이나 고목을 이용한 추상적인 입체작품을 많이 남겼다. 작품들 가운데는 조명이나 전동장치를 이용한 움직임을 묘사한 작품도 있어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구해 온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1990년에는 부인인 화가 나희균씨(87)와 함께 기산저수지변에 작업실을 마련하였다. 1993년 그가 타계하자 가족들은 작업실 부지에 그를 기리는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2008년에 그의 아들인 안우성씨(온고당 건축사사무소)의 설계로 현재의 미술관이 건립되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멋진 조경에 반쯤 감추어진 단층으로 보이는 미술관을 바라본다. 우측에는 건물의 지붕을 이용한 낮은 경사로가 지면과 이어져 있다. 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지붕 위로 저수지의 멋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으리라. 건물로 들어서면 대지의 경사를 의식한 듯 반 층씩 공간이 내려가게 되어 있어 실제로는 여러 층의 구조를 하고 있다. 카페의 큰 유리창 너머로 넓게 펼쳐진 저수지의 풍경이 눈을 가득 메운다.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고 아래층 정원으로 나오니 예쁘게 가꾸어진 잔디밭과 수목들이 저수지와 어우러져 평안함을 더해준다. 뒤돌아본 건물의 모습은 입구에서 보았던 단아한 단층짜리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2층의 카페부분을 돌출시켜 강조한 매스와 유리, 돌망태, 노출 콘크리트가 어우러져 모더니즘의 단순한 형태 속에서도 다양성이 잘 표출되어 있다. 저수지의 싱그러움과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이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의 격을 더욱 높여준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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