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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가나아트파크

 

양주시 장흥 골짜기 초입에 들어서면 ‘장흥문화예술특구’라는 커다란 도로표지판이 시선을 가득 채운다. 특구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문화예술시설들 가운데 이 골짜기의 정체성을 결정짓게 한 곳은 초입에 있는 가나아트파크일 게다. 1984년 가나아트파크의 전신인 토탈미술관이 문화예술공간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골짜기에 자리 잡았다. 이 미술관은 1980년대에 많은 젊은 연인들이 기차를 타고 장흥역에서 내려 즐겨 찾던 곳이다. 다양한 조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커피숍에서 마음에 드는 머그컵을 골라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를 마시고 난 뒤 빈 머그컵을 자신이 가지고 오는, 재미있는 추억을 간직하게 하는 교외의 미술관이었다. 2006년 이 미술관을 가나아트센터가 인수하게 된다. 가나아트센터는 이 미술관 명칭을 장흥아트파크로 바꾸고 일본인 건축가 우치다 시게루에게 마스터플랜과 건축물들의 디자인을 맡겼다. 또한 주위에 있는 모텔들을 작가들의 아틀리에로 개조했다. 평창동 가나아트와 인사아트센터를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장 미쉘 빌모트의 손을 빌려 리모델링한 2개의 아틀리에에 많은 작가들을 입주시켜 창작활동을 지원해 왔다. 이러한 아트파크의 노력은 양주시로 하여금 이 골짜기에 시립장욱진미술관이 들어서게 하고 모텔을 리모델링해 작가들의 스튜디오로 개조한 ‘777레지던스’도 탄생케 했다. 아트파크와 양주시의 노력으로 문화예술공간들이 주변에 더욱 늘어나면서 2008년에는 이 골짜기 전체가 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다. 2015년 장흥아트파크는 가나아트파크로 다시 명칭이 바뀌었는데 결국 토탈미술관과 가나아트파크가 이 장흥 골짜기 전체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정착시키는 핵심 역할을 해 온 것이다.

 

골짜기로 이어지는 2차선의 도로 왼쪽에 있는 흰색 별모양의 텐트구조물이 시선을 끈다. 파크로 들어서면 유명 조각 작품들이 너른 잔디 마당 곳곳에 펼쳐져 있다. 녹음이 짙게 깔린 잔디와 숲을 배경으로 흑색, 청색, 적색, 노랑색, 그리고 야외공연장의 백색 구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오방색을 연상케 하는 색상의 건축물들이 조각 작품처럼 세워져 있다. 극도로 절제된 직육면체 형태에 원색의 색채로 의미를 함축한 미니멀리즘 그 자체다. 건물의 용도는 다양한 어린이 미술관이나 어린이 놀이터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이 찾는다. 반 시게루가 디자인한 텐트 구조인 야외공연장의 별모양 형태가 모더니즘의 건축물과 멋진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기차 레일 위에 열을 지어 있는 머리 없는 인체 조각들과 원색의 입방체 건축물이 묘한 조화를 보이고 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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