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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두 명의 경찰관

오형근, plate 33. 두 명의 경찰관, 1995년 9월30일

사진 속에서는 경찰관이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둘의 제복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기관의 제복이 이렇게 다를 수는 없으니 둘 중 하나는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 공무 수행 중이 아니라 뭔가 연출된 상황인 것인가. 아니면 이들 모두가 제복으로 위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일단 표면상의 의미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 사진은 수많은 의심들로 가득 찬다. 그렇다고 명쾌한 단서를 던져 주지도 않는다. 그것은 보는 이를 한없이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은 작가의 눈속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무언가를 더 말해 줄 여지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사진 속 한 명은 영화 속에서 경찰을 맡은 배우이고, 다른 한 명은 이 영화의 촬영 현장에서 질서 유지를 하고 있는 실제 경찰관이다. 이렇듯 영화 <꽃잎>의 금남로 항쟁 장면을 촬영한 오형근의 <광주 이야기>는 촬영 당시 금남로에서 벌어진 상황을 다뤘다는 점에서는 진짜지만, 5·18을 재현한 가짜 이미지이기도 하다. 사진에는 엑스트라를 자처한 가짜 배우 겸 진짜 시민이 등장하기도 하고, 촬영 장면을 바라보는 진짜 구경꾼과 그들을 대상으로 진상 규명 촉구 서명을 받으러 나온 진짜 시민단체가 보이기도 한다. 오월의 광주를 재현하려는 영화, 다시 그 영화의 촬영 장면을 재현한 <광주 이야기>는 묘하게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 줄의 역사적 사실 혹은 불변할 것 같은 진실조차도 어떻게 위장되고 의미가 덧입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알쏭달쏭한 사진들은 진짜라고 우기는 사진보다, 거짓 많은 이 세계를 훨씬 더 정직하게 관통한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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