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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제곱미터

김윤호, 773, 1㎡, 2015

새집을 짓고 나서 아직 담장을 두르지 않은 시골 이모 집에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마당을 내다보던 이모가 이렇게 탄식했다. “귀한 흙 남의 밭으로 다 쓸려가겠네.” 평생 논밭을 일궈 살아온 이들에게는 한 줌 흙조차도 허투루 나눠줄 수 없는 생명의 텃밭이었을 것이다. 분신과도 같은 그 흙덩이가 모여 땅이 되고, 그 땅이 꺼지거나 솟아나 산수를 이룬다. 풍경이 애달픈 것은 이렇듯 그 흙에 유전자처럼 새겨진 뭇 생명들의 사연 때문이다.

그러나 풍경 사진 속에서 이런 애틋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체적으로 그것들은 너무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어서 어머니가 만지던 흙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특히 카메라야말로 지극히 서양적인 시각화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김윤호에게 사진이 보여주는 풍경은 대개가 눈속임이다.

이런 카메라의 한계 혹은 위장술에 맞서는 김윤호의 전략은 냉소적이면서도 영악하다. 얼핏 보면 아름답거나 무심한 풍경 속에 그는 풍경의 일부인 듯한 사각형 하나를 숨겨 놓는다. 각목이나 그림, 얼룩으로 남겨진 이 사각형의 정체는 공시지가의 단위가 되는 1㎡만큼의 땅뙈기. 드넓은 풍경 속의 이 테두리는 땅의 가치를 따지는 척도 치고는 시골집 마당의 한 줌 흙만도 못하게 옹졸해 보인다. 땅값 비싼 강남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김윤호는 이 사진들을 1㎡ 크기로 보여준다. 벽에 걸리는 대신 바닥에 옮겨놓은 전국의 땅들은 공시지가에 따라 제각기 높낮이를 달리한다. 저마다의 사진 속에서 이 사각형들은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이 사각형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시대의 풍경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무서운 존재감을 발휘한다.

한편으로 이 사각형은 풍경을 재단하고 제멋대로의 해석을 덧붙이는 카메라의 프레임 같기도 하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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