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 Steacy, Deadline, 2012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1829년 창간했다. 현재까지 발행하고 있는 신문 중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되었다. 퓰리처 언론상을 17차례나 수상했을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1925년에 세워진 이 언론사의 사옥 또한 필라델피아의 상징적 건물이었다. 그러나 이 정론지도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언론인 20%가 매체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또한 2011년 새로운 사주를 맞이했고, 그해 11월 사옥 매각이 결정됐다. 사진가 윌 스테이시는 이 언론사가 급변하던 2009년부터 신문사가 이전을 한 이후까지 신문사를 내밀하게 기록해 왔다. 아버지가 평생 동안 근무하던 회사였기에 섭외가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마감’이라는 제목의 이 작업은 18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신문사가 최근 들어 경험하는 엄청난 변화들을 냉정하면서도 씁쓸하게 보여준다. 특히 작은 사무실로 이사를 갈 무렵, 국제부 기자가 혼자 남아 마감을 하는 풍경은 종이 신문 자체의 ‘마감’에 관한 불온한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윌 스테이시의 이번 작업은 서울루나포토페스티벌이 10월5일 저녁 고궁박물관 앞마당에서 마련한 ‘달과 사진의 밤’ 행사에서 동영상 형식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사진 또한 사진집이나 전시장보다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이 보여지는 현실을 감안, ‘달과 사진의 밤’은 12m 대형 화면에 움직임을 준 사진들을 소개한다. 이렇든 저렇든 세상 모든 미디어는 디지털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어 보인다. 5대째 대를 이어 언론사에서 근무했던 아버지는 작가가 촬영 중이던 2011년 해고되었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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