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 9억명이 넘는 인구가 굶주림에 위협받고 있다. 반면 1년 동안 전 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버려지거나 손실된다. 유엔 농업식량기구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대략 13억t이 이렇게 사라진다. 잘사는 나라는 음식물 쓰레기를 걱정하고, 못사는 나라는 기술 부족으로 인해 생산 과정에서 손실되는 식량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북미에서는 소비자 한 명당 1년에 평균 100㎏의 식량을 버린다. 그들의 반대편 나라보다 최대 20배 많은 양이다. 부의 불균형은 이렇게 밥상에서부터 일어난다.
클라우스 피클러는 이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작업을 하는 작가다. 현실 참여적이지만 방법은 선언적이지 않다. 그는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와 본래 식탁에 있었을 법한 모습대로 혹은 최대한 먹음직스럽게 꾸며 놓는다. 헝가리산 계란은 바둑판처럼 쌓고 독일산 냉동 케이크는 커다란 접시에 담는 식이다. 클라우스의 작품 속에서 제단에 바쳐진 듯 신성해 보이는 이 음식물들은 화려한 곰팡이 꽃을 피우며 그야말로 ‘아름답게’ 썩어간다. 그 강렬함은 우리의 욕망이 우아하고 미련하게 부패하는 곳으로서의 식탁을 은유한다. 사진마다에는 슈퍼마켓의 영수증처럼 그 음식물에 대한 모든 정보가 따라붙는다. 구더기 속에서 파리가 날아오르기 시작한 이탈리아 베로나산 딸기의 가격은 1㎏에 7.86유로. 이만큼을 생산하기 위해 탄소는 0.35㎏이 배출되었고 물은 348ℓ가 필요했다. 그중 3분의 1이 버려진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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