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무술년도 저물어간다. 한 해의 끝자락이자 지난 3년간 격주로 게재하였던 경향신문의 원고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1년 반 정도의 기간에는 서울을, 그리고 이후 1년 반가량을 경기도 북부와 서부 지역을 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의정부 지역에 대한 소개로 3년 원고의 대미를 마치게 되었다.
겨울 시즌에 걸맞게 의정부에서 설경이 아름다운 곳을 찾았다.
자료검색을 하니 도봉산의 주봉들을 배경으로 한 망월사 설경 사진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설경 그림을 그려놓고 현장의 느낌을 담기 위해 지난 토요일 오후 답사에 나섰다. 의정부 초입에 망월사역이 있어 의정부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망월사는 익숙한 이름이다. 가까이 있다 해도 지금껏 찾아본 일이 없었는데 원고 핑계로 발길을 내밀었다.
망월사역 바로 뒤로 신한대학교가 위치해 있고 그 뒤쪽으로 망월사로 향하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 초입에 주차를 하고 산을 오른다. 정상에 있던 큰 바위들이 굴러 내려왔는지 집채만 한 바위들이 온통 계곡을 메우고 있다. 눈 덮인 바위들 틈새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겨울산의 적막을 깨운다.
얼마쯤 올랐을까? 하산하는 등산객에게 망월사까지의 남은 거리를 물으니 가볍게 미소지으며 거의 다 왔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30분을 넘게 경사계단을 올랐음에도 이정표는 앞으로도 1㎞를 더 가라고 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기운 잃지 말라고 일부러 거리를 짧게 불러주는가 보다.
가파른 돌계단을 얼마나 올랐을까? 드디어 망월사가 눈에 들어왔다. 급경사지에 어찌 지었을지 관음전을 비롯한 여러 채의 불전들이 바위들 사이에 경이롭게 자리 잡고 있다. 의정부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능선 절벽 위에 홀로 우뚝 선 영산전의 모습은 도봉산 정상의 바위들과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그동안 저의 원고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다른 경로를 통하여 저의 그림을 통한 만남의 기회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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