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메두사의 머리, 지름 55.5㎝. 1595~1996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애초 아름다운 처녀였던 메두사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동침한 결과는 참혹한 것이었다. 처녀신 아테나는 결혼을 염두에 둘 만큼 포세이돈을 사랑했지만, 그는 아테나에게 별 매력을 못 느꼈던 것이다. 그런 포세이돈이 메두사라는 묘령의 여인과 정사를, 그것도 자기 사당에서 치렀다는 사실은 아테나를 엄청난 질투와 분노에 떨게 했다.
결국 아테나의 저주로 메두사의 머리카락은 뱀들로 변했고, 얼굴도 흉측하게 변해버렸다. 이때부터 메두사의 시선과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돌로 변했다. 훗날 메두사는 아테나와 공모한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의 경고에 따라 그녀를 직접 보지 않고 방패에 비추어 보면서 죽여야 했다. 그 머리는 아테나의 방패 혹은 옷에 장식되었다.
바로크 화가들은 이 드라마틱한 신화에 매료되었다. 특히 카라바조의 방패모양의 ‘메두사 머리’는 서양미술사를 통틀어 단연 압권이다. 카라바조는 메두사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기 위해 메두사가 죽는 순간에 자기 얼굴을 봤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봐야 했다. 찡그린 눈썹과 휘둥그레진 눈, 크게 벌린 입 등 메두사 최후의 격앙된 표정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거울로 보았으니 메두사 역시 돌로 굳어 죽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훗날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메두사의 잘린 머리를 여성 성기의 이미지로 파악한다. 그녀를 쳐다본 남자들이 돌로 변했다는 것은 남성들이 무의식적으로 페니스가 없는 여성을 통해 거세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동시에 프로이트는 여성이 훨씬 더 양성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 뱀으로 뒤덮인 머리는 무수한 음모인 동시에 하나하나의 뱀은 발기한 남근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프로이트는 신비스러운 생산의 장소가 거세의 두려움을 나타내는 ‘이빨 달린 자궁(vigina dentata)’으로 전이되는 이론의 빌미를 제공한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지난 칼럼===== > 유경희의 아트살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스파라거스에 얽힌 화가와 컬렉터 (0) | 2014.10.17 |
---|---|
너무 닮아서 낯선 (0) | 2014.10.10 |
철의 바다 (0) | 2014.09.26 |
메아리와 수선화 (0) | 2014.09.19 |
진짜 초현실주의자 막스 에른스트 (0) | 2014.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