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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너무 닮아서 낯선

론 뮤엑, 우산 속의 두 커플, 2013년경

극사실 회화가 있듯이 극사실 조각이 있다. 마치 영국의 밀납박물관 ‘마담 투소’에 가면 볼 수 있는 유명스타들의 인형이 바로 극사실 조각에 해당한다. 그곳에 가면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클린턴에서 부시에 이르기까지 유명스타 인형들이 진짜처럼 우리를 반긴다. 어찌나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지 정말 기이하고 섬뜩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인형들을 예술작품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것이 예술이기 위해서는 예술적 맥락 안에 놓여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예술은 모방 혹은 재현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호주 태생의 론 뮤엑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인형을 기막히게 잘 만들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아버지에게 사사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어린이 대상 TV와 영화의 특수효과(분장)를 담당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조각가로 변신, 사치 컬렉션의 ‘센세이션’(1997년)전을 통하여 이름을 알렸다. 그가 만든 인형은 실물의 인간보다 훨씬 더 크거나 훨씬 더 작게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훨씬 더 낯설고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나는 사람크기만한 형태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 크기라면 어차피 매일 일상에서 만나니 재미가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 사이즈에 대한 그의 고민은 매우 핵심적이다.

작가가 만든 해변의 노부부 초상은 우리를 걸리버의 세계로 인도한다. 작가와 스태프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모든 인물들은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가발을 씌우지 않고 인공피부 위에 머리카락을 이식한 것이다. 눈썹과 속눈썹 역시 한 가닥 한 가닥 공들여 심었다. 피부는 유리섬유라는 일종의 플라스틱 재료 위에 실리콘으로 된 인조 피부를 덧씌우고, 핏줄은 정교하게 색을 입혔다. 때론 이런 작품들에 훨씬 더 감탄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테크니션으로서의 예술가의 노동력, 수공성, 숙련미에 경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작품들이 사람과 인형, 현실과 가상, 실제와 환상 등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계 체험’으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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