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y Barker, ‘Shoal’ 연작 중, 33.15N, 151.15E
쓰레기로 작업하기. 영국 사진가 맨디 바커를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녀는 태평양의 일명 거대 쓰레기지대에서 끌어올린 쓰레기를 하나하나 촬영한 뒤 포토샵으로 재배치해 전혀 다른 모양으로 조합해 낸다. 이 쓰레기들은 대개가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다. 그녀의 작업은 얼핏 보면 몹시 아름답고 신기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바닷가에 버려진 우리 삶의 찌꺼기와 마주하는 모순된 시각 체험을 선사한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이 버려진 사물에 대한 단상 또한 느낌을 달리한다.
예를 들면 북위 33.15도와 동경 151.15라는 태평양 바닷가 한가운데서 건져진 쓰레기 더미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과 하와이 사이에 있는 그곳은 쓰나미를 겪은 후쿠시마의 해안가 쓰레기들이 고이는 길목이다. 쓰나미 이듬해 그곳에서 건져진 다다미발판, 샴푸병, 칫솔 속에서 작가는 너무 일찍 버림받은 그 사물들의 주인을 떠올린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그것들은 어쩌면 바다를 부유할 운명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그것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잠들지 못한 채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누군가의 흔적이다. 조류에 휩쓸려 오느라 해지고 부서진 물건들처럼 누군가에 대한 기억 또한 얼룩지고 흐릿해졌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가 없다. 맨디는 특정 위도와 경도에서 수집한 쓰레기 더미만으로 한 작품을 구성하면서 작품마다 마치 바닷속을 혹은 우주 속을 떠다니는 물고기 무리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그 한 떼의 무리들, 주인을 기다리는 사물들은 한편으로는 되살아난 생명체 같기도 하고 아직 이별하지 못한 우리의 기억 같기도 하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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