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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팔 굽혀 펴기


이제 막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변화의 바람은 문화 예술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10년 사이 중국에는 수준급 사진 행사가 꽤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지메일은 연결이 쉽지 않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차단된 사회다. 통 크다는 얘기를 자랑하는 나라답게 행사에 대한 지원도 아낌없지만 한편으로는 내로라하는 작가나 기획자들도 도저히 바꿀 수 없는 미심쩍은 검열이 존재한다. 작가들은 이 예민한 부분에 대해 어디까지 저항을 감행할까. 그리고 정부는 이런 작가들과 어떤 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주고받을까. 이 대목은 중국 예술에 대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사진가 오지항은 그야말로 ‘온몸’으로 저항하는 경우다. 패션사진가이자 방송인이기도 하지만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그의 나체 퍼포먼스다. 그의 사진은 얼핏 보면 길거리 한복판에서 홀딱 벗은 몸으로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이상한 남자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매우 멀쩡하고 완벽한 자세는 이내 그가 왜 그곳에 있는지에 더 주목하게 만든다.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런 호기심이다. 관광지로 전락해버린 역사적인 장소들, 비리로 얼룩진 사건 사고의 현장을 누비며 그는 알몸 퍼포먼스를 감행한다. 쓰촨성의 지진이나 저장성 고속열차의 탈선처럼 이미 세간에 알려진 장소도 적지 않지만, 그는 대개 언론이 침묵하거나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건들, 혹은 중국 사회의 깊은 치부를 드러내는 일에 주목한다.

사진 속에서 그는 오진과 진료 거부로 인해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몽골 청년이 의사를 살해한 병원 앞에서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있다. 1인 시위에 가까운 그의 작업은 공안과의 숨바꼭질 속에서 일어난다. 의도한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타이머를 설정하고 잽싸게 촬영을 시도하지만 공안의 출동이 더 빠른 날도 많다. 그렇게 자꾸 정부와 언론을 불편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게임에 끌어들이는 것, 부조리와 무감각이 깊어지는 중국에서 그가 택한 예술가의 길이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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