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가, 도로에서 운전 중에 스쳐지나가는 옥외광고판은 우리가 바라보는 도시 풍경의 한 부분처럼 자리잡았다. 언제나 도시 풍경 속에서 배경처럼 묻혀 있던 옥외광고판이 카메라 앞에 정면으로 나타나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빌보드 별곡, 서울, 2015 ⓒ조재무
사진가 조재무의 연작 ‘빌보드 별곡’은 전국 각지에서 옥외광고판을 촬영한 것이다. 지하철 입구의 작은 광고판에서 거대한 빌딩 옥상의 대형 광고판까지 각양각색의 옥외광고판을 모았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모두 광고가 없는 빈 광고판이라는 것이다. 텅 빈 여백만 가득하거나 ‘광고 문의’라는 글자만 덩그러니 남은 옥외광고판은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왠지 초라해 보인다.
옥외광고는 고대 이집트에서 노비매매를 위한 공고로 사용됐을 만큼 역사가 깊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에서 간판광고로 추정되는 것이 발굴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부터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기금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되었다. 88 올림픽을 기점으로 평균 20% 이상 성장을 지속했던 옥외광고는 경제 불황과 매체효과에 대한 근거자료의 부족으로 기피하게 되었다. 이처럼 경제 호황과 고성장의 상징이었던 옥외광고판이 불황과 저성장의 지표로 전락한 장면은 씁쓸하다. 옥외광고판을 증명사진 찍듯 담아낸 ‘빌보드 별곡’은 침체된 우리 현실의 증명사진이기도 하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